한미약품 그룹과 OCI그룹의 합병을 막기 위해 신주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을 낸 한미 임종윤·임종훈 형제가 29년 판사 경력 변호사를 포함해 7명의 거물급 변호인단을 꾸린 것으로 확인됐다. 다음 달 7일 첫 재판을 앞두고 임 사장 형제가 소송에 사활을 걸었다는 분석이 재계와 법조계에서 나온다. 통합을 둘러싼 법적 분쟁이 본격화되면서 운신의 폭이 좁아진 이우현 OCI그룹 회장은 이날로 예정한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과의 두 번째 만남을 갖지 않기로 했다. OCI와 한미약품 간 합병작업이 지분싸움으로 전개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 사진=아시아경제DB
23일 재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임종윤 사장·임종훈 한미정밀화학 대표는 신주발행 금지 가처분 소송을 위해 법무법인 지평 소속 변호사 7명을 법률대리인으로 선임했다. 이 중 ‘최고참’ 격인 윤성원 대표 변호사는 29년간 판사로 일한 이력이 있다. 각급 법원을 모두 거치면서 민·형사, 행정, 기업분쟁, 회생 등 다양한 사건들을 심리했다. 윤 변호사 외에도 기업·금융 사건에 능한 변호사 6명이 붙어 임종윤·임종훈 형제의 주장을 대변할 것으로 알려졌다. 공식적으로 이름을 내건 변호인들 외에도 2020~2022년 삼성준법감시위원장을 지낸 김지형 법무법인 지평 대표변호사(전 대법관)도 배후에서 이 사건을 지원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가처분 신청 사건에 변호사를 7명까지 선임한 것으로 놓고 법조계에선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임 사장 형제가 가처분 소송뿐만 아니라 이후의 절차까지 고려해 일찌감치 변호인단을 꾸렸을 가능성이 크다는 해석이다. 가처분 신청이 법원에서 기각될 경우 임 사장 형제는 본안소송을 제기하고 정식 재판에 나설 수 있다. 인용되더라도 이에 반발한 한미약품이 즉시항고하면 고등법원에서 다시 심리를 받아야 한다. 앞서 임 사장 형제는 지난 17일 한미사이언스가 OCI홀딩스를 대상으로 내려는 2400억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막아달라는 내용을 담은 신주 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서를 수원지법에 냈다. 첫 심문기일은 다음 달 7일로 잡혔다.
이우현 회장은 이날 임 사장과 잡았던 약속을 뒤로 미뤘다. 최근 보도에서 이 회장은 당초 임 사장과 만나 "통합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했지만 가처분 신청 이후 "선택의 폭이 좁아졌다"며 입장을 바꾼 것으로 전해졌다. OCI 측은 만남 불발에 대해 "상황을 지켜보기로 한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선 첫 번째 만남과 큰 온도 차가 있다는 점에 주목하는 모양새다. 이 회장은 지난 14일 임 사장과의 첫 번째 만남에서 "합리적이고 생화학 전공자인 그의 혁신 기술 트렌드와 투자에 해박한 지식을 가진 부분을 느낄 수 있었다"며 "판을 뒤집거나 이런 생각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임 사장이 소송을 강행하자 다시 만나는 게 무의미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통합은 현물출자와 신주발행 취득 등을 통해 OCI그룹 지주사 OCI홀딩스가 한미사이언스(한미약품 그룹 지주사) 지분 27.0%를, 임주현 사장 등 한미사이언스 주요 주주가 OCI홀딩스 지분 10.4%를 취득하는 게 핵심이다. 신주 발행이 멈추면 당초 지분 확보 계획은 무산된다. 재계 관계자는 "이 회장이 임 사장의 마음을 돌려놓는 것이 ‘분쟁 없는 통합’을 위한 전제 조건인데 두 사람은 만남조차 힘들어졌다"며 "통합이 실제 성사되기 위해서는 치열한 지분 싸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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