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정부가 인재 확보의 주력 방안으로 추진 중인 반도체 계약학과 정원 확대에 대해 '기업이 필요한 인재 간 미스매치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전문적인 교육이 불가능한 학부 계약학과보다 어렵고 시간이 많이 들더라도 충분한 연구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예산을 늘리고 석·박사급 고급 인력을 키워내는 게 궁극적으로 반도체 인력 수급의 선순환을 이끌 것이라고 강조한다.
김성재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는 "(반도체 관련 학과) 정원 증가도 좋지만, 지금 있는 교수들이나 학생들의 관심을 반도체로 끌어모으는 것이 중요하다"며 "국내 반도체 전공 교수 500명 가운데 절반 정도는 연구비가 나오지 않아 반도체 연구를 포기했다. 반도체 분야 연구비를 크게 늘리면 교수들도 연구를 재개하고 대학원생, 학부생도 늘어나는 선순환 구조가 돌아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진제공=SK하이닉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반도체 전(全) 주기 공정을 학생들이 직접 실습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프로그램도 개발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실습 교육을 위한 실습실과 교육 기자재 및 장비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는 의미다. 연구 분야에서는 노후화된 장비를 빠르게 최신식으로 교체하고 연구비를 대폭 늘려 실질적인 성과로 연계하는 방안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임현식 동국대 물리반도체과학과 교수는 "연구개발(R&D) 예산은 (학교마다) 부익부 빈익빈이 너무 심하다"며 "이번 정부 들어 예산이 많이 확대되긴 했지만, 인력 양성을 위한 기반을 다지기 위한 과정이기 때문에 특정 대학에 국한하지 않고 R&D 관련 예산을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고졸 인력이나 학사급이 아닌 석·박사급을 양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정책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임 교수는 "대학원생을 많이 뽑아야 하는데 요즘 학생들은 대학원에 안 가려고 한다. 당장 취업해 높은 월급을 받으려고 한다"며 "현재 석·박사들은 6년 동안 월 250만~300만원으로 생활하는데, 삼성에 취업하면 성과급을 포함해 많이 받으면 1억원이다. 대기업에 준하는 수준까진 아니어도 금전적인 지원을 통해 대학원생들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의 입장도 마찬가지다. 특히 메모리와 파운드리 공정의 난이도는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가고 있는데, 기업이 원하는 실력을 갖춘 인력을 찾기란 '하늘의 별 따기'라는 실정이다. 올해엔 반도체 호황까지 기대되며 설계소자, 공정, 영업마케팅 인력 수요가 이전보다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데, 실무에 바로 투입할 수 있는 인력을 구하기 어려워 난감해하고 있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당장 인재가 부족하기 때문에 미래 인재 확보 차원에서 고졸 인력과 학부 인력 양성에 힘을 쓰고 있지만 석·박사급이 가장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성재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 임현식 동국대 물리반도체과학과 교수, 박재근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 [사진=각 학교 홈페이지]
기업들에도 업계 수요와 연계된 실무인력 양성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김 교수는 "산업계가 요구하는 직무역량과 기존 학위과정의 괴리를 해결할 수 있도록 개발 지원이 필요하다"며 "이와 동시에 소자기술뿐 아니라 소부장 등 기반 기술에 대한 대학과의 협업을 확대해야 한다"고 했다.
무엇보다 단발성 지원이 아닌 장기적인 인재 육성의 관점에서 교육 토대가 마련될 수 있도록 정부와 지자체의 지속적인 관심이 요구된다는 지적이다. 박재근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는 "반도체는 당쟁과 관련한 이슈가 아니라 국가적 이슈인 만큼 정부와 국회가 한마음으로 일관된 정책을 실행하고 예산을 통해 뒷받침해야 한다"며 "반도체는 타이밍 산업인데 절대로 타이밍을 놓쳐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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