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정·재계, 학계의 유명 인사가 한자리에 모여 국제 현안을 논의하는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 연차총회가 15일(현지시간) 개막한 가운데, 포럼 측이 다소 우울한 경제 전망을 내놨다. 경제학자 절반 이상은 올해 세계 성장이 약화할 것으로 내다봤고, 10명 중 7명은 지정학적 분열이 한층 가속화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보스포럼은 이날 공개한 '수석 경제학자 전망: 2024년 1월' 보고서를 통해 "세계 경제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고 불확실성으로 가득 차 있다"며 이같이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설문에 참석한 수석 경제학자 56%는 올해 글로벌 성장이 더 약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을 보일 것이라는 응답은 20%, 성장력이 좀 더 강해질 것이라는 응답은 23%에 그쳤다.
보고서는 "이처럼 다소 분열된 전망은 지난 1년간 경제전망을 지배했던 불확실성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음을 부각한다"면서 "불확실성은 2024년에도 계속해서 경제의 화두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또한 "글로벌 경제활동은 둔화하고 금융 상황은 여전히 긴축적이며 지정학적 긴장은 고조되고 있다"며 "기업과 정책입안자들은 지속적인 역풍, 변동성에 직면해있다"고 평가했다.
지역별로는 유럽을 둘러싼 저성장 우려가 강화됐다. 경제학자의 77%는 올해 유럽 경제가 이전보다 매우 약하거나(very weak, 10%) 다소 약한 성장(weak, 67%)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작년 9월 조사의 두 배에 육박하는 수치다. 미국에 대한 전망도 다소 부정적으로 바뀌었다. 직전 조사에서는 78%가 올해 중간 이상의 성장을 예상했으나 이번 조사에서는 해당 수치가 56%로 떨어졌다.
남아시아, 동아시아, 태평양지역에 대한 전망은 상대적으로 긍정적으로 기존과 큰 변화가 없었다. 다만 중국의 경우, 보다 신중한 입장이 확인됐다. 직전 조사에서는 19%가 강한 성장, 38%가 완만한(moderate) 성장을 예상했으나, 올해는 10명 중 7명꼴인 69%가 완만한 성장을 제시했다. 미국, 중국 외에 개별국가들에 대한 경제 전망은 공개되지 않았다.
특히 경제학자들은 올해 미·중 패권 경쟁, 세계 각지에서의 전쟁 및 무력충돌 등 지정학적 갈등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0명 중에 7명꼴인 응답자 69%는 지정학적 분열 속도가 올해 한층 가속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렇지 않을 것이란 응답은 10%에 불과했다. 알 수 없다는 응답은 21%였다.
또한 응답자의 87%는 이러한 지정학적 상황이 향후 3년간 글로벌 경제에 변동성을 촉발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증시에 여파를 미치거나 경제 블록화를 확대시킬 것이라는 답변도 각각 80%에 달했다. 이러한 진단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장기화하고 중동발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나와 더욱 눈길을 끈다. 더욱이 올해는 미국을 비롯해 최소 70여개 국가가 선거를 실시하는 유례 없는 '슈퍼 선거의 해'이기도 하다.
이번 조사에서 긍정적인 결과가 나온 문항은 인플레이션이었다. 응답자의 70%는 올해 인플레이션이 완화될 것이라고 답변했다. 또한 70%는 금융 여건이 안정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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