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대리전’ 대만 대선…세계 안보·경제 지형 흔든다

친미 라이칭더·친중 허우유이 ‘박빙’ 승부
한반도 안보·반도체 산업 등 영향에 촉각

‘미·중 대리전’으로 평가되는 대만의 총통 선거(대선)이 13일 실시된다. 이날 대선은 '선거의 해'라 불리는 올해 지구촌에서 처음으로 치러지는 주요국 대선이다. 선거 결과에 따라 세계 안보·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12일 대만 신베이시 반차오 운동장에서 독립 성향 대만 집권 민주진보당(민진당) 라이칭더 총통 후보의 선거 전야 마지막 유세 현장. 사진=연합뉴스

12일 대만 신베이시 반차오 운동장에서 독립 성향 대만 집권 민주진보당(민진당) 라이칭더 총통 후보의 선거 전야 마지막 유세 현장. 사진=연합뉴스


이날 오전 8시(현지시간)부터 오후 4시까지 진행되는 대만 총통선거에서는 총통-부총통과 113명의 입법위원(국회의원)을 함께 뽑는다.


대선과 총선이 합쳐진 선거로, 대만 전체 인구 약 2400만명 가운데 만 20세 이상 유권자는 1955만명이다. 과거 국민당 독재를 거친 대만에서 시민의 손으로 직접 총통이 선출되는 것은 1996년 이래로 이번이 8번째다. 대만 국민은 2000년부터 민진당과 국민당 정부를 8년 주기로 교체해왔다. 이런 '공식'이 이번에 깨질지가 관전 요소다.

여론조사 공표 금지(3일) 전날까지 결과를 보면, 이번 대선은 독립·친미 성향 집권 민주진보당(민진당) 라이칭더 후보와 친중 제1 야당 국민당 허우유이 후보가 오차범위 내 접전을 펼치고 있다.


전체 유권자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2030(20대와 30대) 표심이 가장 중요한 변수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현지 20·30세대는 '전쟁이냐, 평화냐'와 같은 전통적 안보 이슈가 아니라 취업과 집값 등 현실적인 문제를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데, 이들의 고민을 가장 잘 파고든 후보는 민생을 내세운 중도 성향 민중당의 커원저로 평가받는다.


특히 이번 선거는 친미, 친중 후보 중 누가 승리하느냐에 따라 양안(중국과 대만) 관계와 미·중 관계, 더 나아가 세계 안보·경제 지형에 큰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국제사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중국은 차이잉원 민진당 정부가 집권한 지난 8년간 대만과 대화를 거부했고, 최근 몇년간은 거의 매일 대만 주변에서 무력 시위를 펼치며 민진당에 대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표했다. 총통 선거가 다가오면서는 대만에 대한 경제적 압박도 강화했다.


미국은 대만 선거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지만 중국 견제를 위해 친미 성향 라이 후보가 승리하기를 바라고 있다는 점은 명확하다.


이 때문에 친미 라이 후보가 당선된다면 양안 갈등은 한층 더 고조될 전망이다. 친미 정권이 8년에서 12년간까지 집권 기간을 늘리게 되고, 이에 따라 중국 '앞마당'인 대만해협에 대한 미국 영향력이 더 커지게 되면서 미·중 간 갈등도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친중 허우 후보가 승리를 거머쥔다면 대만이 중국에 밀착하게 되면서 전략적으로 중요한 대만해협이 사실상 중국 해안이 되는 셈이다. 이 경우 제1 열도선(오키나와-대만-필리핀-말라카해협)을 통해 중국의 서태평양 진출을 저지하려는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심각한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경제적으로도 대만은 세계에서 가장 분주한 해로 중 하나인 대만해협과 남중국해에 자리한 데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인 TSMC가 있는 곳이어서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의 핵심이기도 하다.


이런 만큼 대만 정권이 교체된다면 글로벌 공급망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도 대만 선거에 직간접적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민진당 승리 시 미·중 갈등 파고가 더 높아지면서 한국도 대만 문제에 더 선명한 입장을 취하라는 압박을 받을 수 있고, 이는 한중 관계 불안 요인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경제적으로는 친중 국민당이 TSMC의 해외 투자에 다소 부정적인 만큼, 국민당으로 정권이 교체되면 삼성전자 등 한국 반도체 업계가 반사 이익을 얻게 될 것이라는 분석도 일각에서 나온다.





문혜원 기자 hmoon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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