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덮친 인구소멸]스포츠카는 50대가? 청년들 車 안 산다

10대~30대 1745만명 전체 인구의 34%
작년 스포츠카 구입 3분의 1이상이 50대

대중교통·콜택시·렌터카 서비스 발전하고
청년 실업률 치솟으며 구매력 떨어져
자율주행 보편화 땐 신차 수요 더 줄어들 것

#서울에서 홀로 사는 직장인 박모씨(30)는 차를 살 생각이 없다. 내 집 장만을 최우선으로 삼고 돈을 모으고 있는데, 집을 산 후에는 차보다는 다른 살림살이를 사는 게 낫다고 본다. 회사원 이모씨(28)도 자가용 필요성을 못 느낀다. 직장도 서울에 있어 대중교통으로 다니는 게 오히려 더 편하다고 여긴다. 주말에 가끔 차가 필요할 때는 차량공유 서비스를 이용하거나 부모님 차를 빌려 탄다.


# 백발의 노신사가 원색의 스포츠카를 모는 모습은 더는 낯선 풍경이 아니다. 포르셰에서 911이나 박스터 등 정통 스포츠카는 지난해 1~11월 566대 팔렸는데 이 가운데 3분의 1이 넘는 211대가 50대 이상 고객이었다. 10년 전에는 50대 이상 장년층 고객이 17% 남짓한 수준이었다. 젊은이 대신 나이 지긋한 노신사가 스포츠카를 많이 산다. 인구감소로 젊은이들이 줄어 나타난 현상이다.

이탈리아 스포츠카 브랜드 페라리 포르토피노[사진출처:연합뉴스, 로이터]

이탈리아 스포츠카 브랜드 페라리 포르토피노[사진출처:연합뉴스, 로이터]


줄어든 청년…"차 덜 산다"

요즘 청년은 차를 덜 산다. 취업이나 결혼을 전후로 차를 장만하고 소득이 늘면서 보다 큰 차, 비싼 차로 넘어가는 소비패턴은 옛말이 됐다. 자가용을 필수재로 여기던 사회 분위기도 바뀌었다. 자동차 회사의 마케팅 방식이나 신차 개발 접근법도 달라졌다.



저출산 여파로 청년층 절대인구가 쪼그라들었다. 정부 집계를 보면 10년 전까지만 해도 10대부터 30대까지 인구는 2083만명으로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40%를 넘는 수준이었다. 올해 같은 연령대 인구는 1745만명으로 비중은 34% 정도다.


인구가 줄면서 차량 구매량도 주는 추세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가 집계한 연령별 신차등록 현황을 보면 30대 이하 연령층이 2015년 한 해 동안 구입한 신차는 43만6843대로 이해 전체 신차등록 물량의 29% 정도를 차지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1년간 우리나라에서 팔리는 전체 자동차 10대 가운데 3대를 청년층이 샀다. 하지만 2022년 29만3992대, 지난해 1~11월엔 27만5601대로 줄었다. 비중으로 따지면 20%로 쪼그라들었다.

[산업 덮친 인구소멸]스포츠카는 50대가? 청년들 車 안 산다

더 큰 문제는 청년층 인구가 줄어든 것 이상으로 신차 수요가 감소했다는 점이다. 연령대별로 같은 인구 규모를 기준으로 신차 구매량을 따져보니, 2015년까지만 해도 30대 이하 집단은 1000명당 연간 59.3대를 샀다. 이 수치는 꾸준히 줄어 2022년 44.9대, 지난해 42.6대로 떨어졌다. 과거 완성차 업계에선 신차 수요가 가장 왕성한 집단을 30대(30~39세)로 봤다. 고령화 여파 등으로 이 연령층도 올라갔다. 지난해 40대 인구 1000명당 신차 수요가 30.0, 50대는 30.7대로 사상 처음으로 30대(1000명당 29.4대)를 앞섰다. 자동차 마케팅의 상식이 바뀌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한 해 동안 팔린 전체 자동차는 2015년 이후 150만대 전후(승합·화물·특수차 등 전체 자동차 기준)로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다. 코로나19가 불거지면서 보복성 소비가 늘었던 2020년에는 160만대를 넘겼고, 부품수급이 안 돼 제대로 생산을 못 한 지난해에도 142만대 정도였다. 하지만 청년층 신차 소비는 계속 감소세다. 인구 자체가 줄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장기적으로 차 판매량은 100만대 아래로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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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수단 늘고, 가격 오르고"

청년층에서 신차를 덜 사는 건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우선 도심권 인구 집중도가 높아지면서 대중교통 등 자가용을 대체할 이동 수단이 제 역할을 하고 있다. 버스·지하철 등 전통적인 대중교통이 한층 촘촘해진 것은 물론 IT 발달로 차량호출도 수월해졌다. 렌터카·차량공유 등 초단기 차량 임대 서비스도 접근성이 한결 나아졌다. 차가 없어서 겪는 불편보다 차를 보유하고 관리하는 게 더 불편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신차 가격이 꾸준히 오른 상황에서 청년층 소비심리가 위축된 영향도 적지 않은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청년 실업률은 2010년대 중반 두 자릿수 이상으로 치솟았다 다시 낮아지는 추세이긴 하나 임시직이나 일용직이 크게 늘었다. 일자리 질이 과거에 견줘 많이 나빠졌다. 실업률 통계에 잡히지 않는 비 구직자 청년도 과거보다 늘었다. 통상 자동차가 개인이 구매하는 재화 가운데 가장 비싼 축에 꼽히는 터라, 지갑이 얇아진 만큼 신차 구매를 꺼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완성차 업계 한 관계자는 "학자금이나 부동산 대출 부담이 늘면서 청년층 구매력이 과거에 비해 낮아졌을 것"이라며 "과거에는 주변 과시용으로 차를 사는 이도 있었으나 합리적인 소비를 지향하면서 자동차 소비도 줄어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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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차 업계, 대처도 바뀐다"

전통적으로 청년층은 완성차 기업의 주요 마케팅 타깃이었다. 처음 구입한 브랜드에 고객을 묶어 두려는 록인 효과를 겨냥해서다. 완성차 제작사마다 부담이 적은 엔트리급 차종을 대표 모델로 내세운 것도 같은 맥락이다. 차량 크기나 배기량에 맞춰 차량 급을 나누고, 각 급에 맞춰 연령별 마케팅을 했다.


현대차가 10여년 전 해치백모델 벨로스터나 i30 등을 내놓으면서 PYL이라는 마케팅을 한 게 대표 사례다. 20·30세대를 겨냥한 이 마케팅은 5년을 채 못 채우고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현대차 관계자는 "젊은 층을 겨냥해 새로운 차를 개발하기보다 기존 차량을 기반으로 고성능 파생모델을 내놓는 등 개발비용이나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있다"며 "아반떼N이나 아이오닉5N 등을 출시한 배경 가운데 하나"라고 말했다.


중장기적으로 자율주행 기술이 보편화하면 신차 수요는 더 줄어들 것으로 업계에서는 내다본다. 차 스스로 주행이 가능해지면 필요할 때마다 차를 불러 이용하는 패턴이 보유하는 것보다 훨씬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테슬라가 겨냥하는 게 이 지점이다. 차를 보유한 이가 각자의 차를 플랫폼을 통해 공유하고 수익도 내는 식이다. 현대차와 모셔널, 제너럴모터스(GM)와 크루즈 등 내로라하는 글로벌 완성차 기업이 외부 기업과 손잡는 등 자율주행 기술을 가다듬거나 플랫폼 사업에 힘을 주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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