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찐비트]워킹맘·워킹대디는 특혜를 바라지 않는다

日 대형 보험사, 육아휴직 직장 동료에 수당
직원간 특혜·차별 없애 큰 호응

편집자주[찐비트]는 '정현진의 비즈니스트렌드'이자 '진짜 비즈니스트렌드'의 줄임말로, 일(Work)의 변화 트렌드를 보여주는 코너입니다.

2024년 새해 벽두부터 저출산 문제 해소를 위한 각종 아이디어가 쏟아지고 있다. 육아기 단축근무 등 다양한 일·가정 양립 정책을 다룬 기사에는 종종 이런 댓글이 등장한다. ‘옆자리 직원은 죽어난다’ ‘제도가 있어도 눈치 보여서 못 쓴다’는 내용이다. 한국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격무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워킹맘·워킹대디가 저출산이라는 이슈로 인해 특별한 혜택, 즉 ‘특혜’를 받는 사이 자녀 없는 직원이 피해를 본다는 불만이 이어진다.

[찐비트]워킹맘·워킹대디는 특혜를 바라지 않는다

한국처럼 이른바 ‘눈치 문제’로 육아 관련 제도를 적극 활용하지 못하는 일본에서 지난해 큰 주목을 받은 육아 관련 기업 정책이 있다. 바로 일본의 대형 보험사 미쓰이스미토모해상 화재보험이 지난해 7월 도입한 ‘육휴 직장 응원 수당(축하금)’이다. 직원이 육아휴직을 떠나면 팀 동료에게 최대 10만엔(약 91만원)까지 일시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육아하는 당사자가 아니라 주변 동료들에게 보상한다는 독특한 발상이 모두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대중의 환호를 받은 이 제도는 한 번에 뚝딱하고 등장한 것이 아니다. 이를 회사에 제안한 인사부의 마루야마 다케히로 주석이 지난해 10월 허핑턴포스트 일본판과의 인터뷰에서 밝힌 비하인드 스토리를 보면 제도 검토의 시작은 2022년 12월 저출산 문제에 관심을 갖던 최고경영자(CEO)의 지시였다. 당시 이 CEO는 ‘아이 1명 출산 시 100만엔, 2명은 200만엔, 3명은 300만엔을 주는 방식’을 먼저 제안했고, 인사부에서는 셋째를 낳으면 지급하는 지원금을 300만엔이 아닌 500만엔으로 올리는 방안까지 고민했다고 한다.

하지만 인사부 내에서 이미 워킹맘·워킹대디를 위한 제도가 사내에 잘 갖춰져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여기서 더 많은 혜택이 이들에게 집중되면 자녀가 없는 직원들의 불만이 커지고 직장 내 분열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결국 분열을 막으면서 기존 제도를 눈치 보지 않고 사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했고 육아휴직으로 일을 맡는 동료에게 혜택을 주기로 결정, 서로가 만족할 수 있는 방안이 탄생했다.


이 제도는 한 번 더 변화를 맞는다. 당초 회사는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직원이 여성이면 동료에게 최대 10만엔, 남성이면 최대 3만엔으로 성별에 따라 지급액에 차등을 두려 했다. 평균 육아휴직 사용 기간이 여성은 17개월, 남성은 37일이라 기간이 길면 그만큼 해당 직원이 동료들 눈치를 더 볼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이를 두고 성별 격차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고 결국 성별이 아닌 육아휴직 기간에 따라 지급액을 달리하기로 했다.


미쓰이스미토모해상의 응원 수당 제도가 큰 주목을 받은 이유는 일·가정 양립 대책의 주요 대상을 자녀가 있는 직장인, 여성이라는 틀에서 벗어나 동료와 남성으로 시야를 확대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직원 간의 차이가 특혜와 차별이 되지 않는다는 인식을 만들었다. 좋은 제도가 있어도 활용하지 못했던 눈치의 근원을 건드린 것이다. 이러한 인식 전환이 국내에서도 일어나길 기대한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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