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티라노사우루스는 뭘 먹었을까 "뱃속 먹이 최초 확인"

캐나다 연구팀, 위장에 남은 먹이 분석
“어린 티라노사우루스도 혼자 사냥”

위장 안에 작은 공룡 두 마리의 뼈가 들어 있는 어린 티라노사우루스(Tyrannosaurus) 화석이 최초로 발견됐다. 대표적인 대형 육식공룡인 티라노사우루스의 연령별 생태를 뒷받침하는 증거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캐나다 로열 티렐 고생물학 박물관 프랑수아 테리앙 박사팀은 9일 과학 저널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를 통해 “뱃속에 작은 공룡 두 마리의 뼈가 잘 보존된 티라노사우루스류 공룡(고르고사우루스 리브라투스)의 화석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2009년 12월 캐나다 앨버타의 백악기 상부 공룡공원 지층에서 발견된 고르고사우루스 리브라투스(Gorgosaurus libratus)의 화석을 분석했다.


위장 안에 내용물이 남아 있는 어린 고르고사우루스 화석 [이미지 출처=Darla Zelenitsky, University of Calgary(specimen courtesy of Royal Tyrrell Museum) 제공]

위장 안에 내용물이 남아 있는 어린 고르고사우루스 화석 [이미지 출처=Darla Zelenitsky, University of Calgary(specimen courtesy of Royal Tyrrell Museum)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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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7530만년 전에 살았던 이 공룡은 사망 당시 5∼7세의 어린 개체였고, 몸무게는 성체의 13% 정도인 약 335㎏으로 추정됐다. 또 관절과 갈비뼈 등 골격이 그대로 남아 있고, 뱃속에는 잡아먹힌 것으로 보이는 동물들의 뼈가 잘 보존돼 있었다.


분석 결과 뱃속의 동물 뼈는 부리가 있는 작은 초식공룡인 시티페스 엘레간스(Citipes elegans) 두 마리의 것으로 밝혀졌다. 테리앙 박사는 “우리가 아는 한 이 표본은 티라노사우루스의 위 내용물이 발견된 최초의 사례”라고 말했다.

그동안 다 자란 티라노사우루스는 세라톱스와 하드로사우루스 같은 대형 용각류 초식 공룡들을 잡아먹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어린 티라노사우루스의 경우 무리를 지어 사냥하며 성체의 먹이를 나눠 먹은 것인지, 아니면 스스로 체구에 맞는 먹잇감을 사냥했는지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이번 연구 결과는 어린 티라노사우루스가 혼자서 쓰러뜨릴 수 있는 작은 동물을 사냥했다는 가설을 뒷받침하는 것이다. 테리앙 박사는 “이 결과는 어린 티라노사우루스의 식습관과 섭식행동을 보여주는 직접적인 화석 증거로, 그들이 스스로 작은 동물을 직접 사냥했음을 나타낸다”고 말했다.


이어 “티라노사우루스류 공룡들은 어려서는 작은 동물을 사냥하는 중간 포식자로 살다가 성장 후에 최상위 포식자가 되는 것 같다”며 “악어와 코모도왕도마뱀 같은 현대의 대형 파충류도 이런 방식으로 평생 다양한 크기의 먹이를 사냥한다”고 설명했다.


박물관에 전시돼 있는 티라노사우르스의 뼈대 화석

박물관에 전시돼 있는 티라노사우르스의 뼈대 화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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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라노사우루스는 대형 수각류 공룡 가운데 예외적으로 화석 표본이 많고, 또 다양한 연령대의 화석이 발굴돼 과학자들에게 많은 정보를 제공해왔다. 2021년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 버클리 캠퍼스의 고생물학자인 잭 쳉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청소년기 티라노사우루스의 턱 힘을 알 수 있는 화석 표본을 확보, “턱 힘이 어른보다 약하기 때문에 작은 초식 공룡을 사냥했을 것”이라고 추정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어린 티라노사우르스의 이런 제약은 약점이 아니라 반대로 강점이 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연령대별로 사냥하는 먹잇감이 다르면 같은 종과 경쟁을 피할 수 있어서 서로에게 이득이 되기 때문이다.


테리앙 박사는 “이런 식습관 변화는 어린 티라노사우루스와 성체 티라노사우루스가 같은 생태계에서 갈등을 최소화하면서 공존하는 데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승우 기자 loonytun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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