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플라스틱 전쟁]플라스틱 재활용했는데 환경부담금?…'순환경제' 곳곳서 발목

화학적 재활용 실적 산정 기준·실무지침 부재
온실가스감축 인정하고 녹색제품에 추가해야

LG화학은 내년 충남 당진에서 폐플라스틱 열분해 공장을 가동할 계획이다. 수증기 상태의 열원으로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초임계 공법을 적용한 이 공장은 연산 2만t 규모로 폐플라스틱 열분해유를 생산한다. 공장 완공 시점이 다가오지만, 현재 기준으로 이 공장을 돌려봐야 적자만 본다. 현행법상으로 사줄 곳이 없기 때문이다.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석유사업법)은 정유공장에서 석유가 아닌 원료를 사용하는 것을 금하고 있다. 열분해유를 사용할 수 없다는 얘기다. 그러나 얼마 전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가 석유 외 친환경 정제원료의 사용을 허용하도록 하는 내용의 석유사업법 개정안을 의결하면서 LG화학의 고민을 풀 실마리가 겨우 마련됐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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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바지에 접어든 21대 국회가 폐플라스틱 재활용을 막아온 대표적인 법안을 개정키로 하면서 석유화학 업계가 안도하고 있다.


하지만 세계적 화두로 떠오른 '플라스틱 순환경제'로 나아가지 못하게 기업을 발목 잡는 규제가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고 업계는 하소연하고 있다. 탄소중립 시대에 맞춰 순조롭게 사업 전환을 유도하기 위한 지원책도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석유화학업계는 폐플라스틱을 화학적으로 재활용해서 만든 제품에 대해 폐기물 부담금을 감면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폐기물 부담금은 재활용이 어렵고 폐기물 관리상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제품이나 재료, 용기의 제조업자 등에게 처리 비용을 부담토록 하는 제도다. 살충제나 껌, 일회용 기저귀, 담배, 플라스틱에 부과한다. 현재 플라스틱 제품 ㎏당 15∼150원의 부담금을 내야 한다.

다만 제품의 일정 비율 이상 재활용한 경우에 부담금을 면제하는데, 화학적으로 재활용한 실적을 산정하기 위한 기준이나 실무지침이 아직 없다. 화학적으로 100% 재활용한 제품을 만들어도 부담금을 내야 한다는 얘기다.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물리적이냐 화학적이냐로 나뉜다. 폐플라스틱을 잘게 부숴 다시 플라스틱 제품을 만드는 물리적 방식은 플라스틱 종류나 불순물 유무 등에 따라 재활용이 어려운 경우가 많고, 품질이 떨어진다. 화학적 방식은 플라스틱을 고온·고압으로 분해해 원료로 활용하는 기술로, 물리적 방식보다 난이도와 초기 투자 비용이 많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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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또 있다. 기업이 폐플라스틱을 화학적으로 재활용하려면 폐플라스틱 파쇄품을 구매해야 한다. 그런데 현행법상 폐플라스틱 파쇄품이 '재활용 제품'인지 명확하지 않다. 재활용 제품이 아니면 ‘폐기물재활용업’ 면허를 별도로 취득해야 하고, 폐기물관리법에 의한 규제도 받게 된다.


폐플라스틱 파쇄품을 자원순환기본법 상 순환자원으로 인정받으면 문제가 풀린다. 하지만 자원순환기본법은 내년 1월1일부터 '순환경제사회 전환 촉진법'(순환경제촉진법)으로 전면 개정될 예정이어서 관련 논의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순환경제촉진법은 환경부 장관이 필요 품목을 순환자원으로 고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석유화학업계는 서둘러 폐플라스틱 파쇄품을 순환자원으로 지정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폐플라스틱 재활용을 유도할 수 있도록 지원도 시급하다. 환경부는 화학적 재활용 시 재활용지원금을 지원할 방침인데 열분해 방식만 고려 중이다. 석화업계는 다양한 방식의 재활용을 촉진하기 위해 해중합이나 용매추출도 지원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화학적 재활용 시 온실가스감축 실적을 인정하거나, 화학적 재활용 제품의 사용을 유도하기 위해 녹색제품으로 지정하길 원하고 있다. 녹색제품이란 녹색제품 구매촉진에 관한 법에 따라 에너지나 자원의 투입과 온실가스 및 오염물질의 발생을 최소화하는 제품으로, 지자체나 공공기관은 상품 구매 시 녹색제품을 의무적으로 구매해야 한다.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최서윤 기자 s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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