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결위, R&D예산·지역화폐 예산 삭감 놓고 여야 공방

野 "R&D 중장기 계획 6개월 만에 바뀌나"
與, 외교 부문 예산 증액 필요성 등 강조

여야가 내년도 예산안 심사를 놓고 9일 열린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연구개발(R&D)예산 삭감, 지역화폐 예산 삭감 등과 관련해 공방을 벌였다.


9일 국회에서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리고 있다. 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9일 국회에서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리고 있다. 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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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열린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서 민주당은 전년대비 5조원 이상 삭감된 R&D 예산 문제를 지적했다. 정부·여당은 예산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민주당은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조승래 민주당 의원은 "정부 예산안 중 R&D 예산(삭감)이 매우 심각하다"며 "방만하다고 대규모로 삭감했는데, 삭감 기준도 제시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정부의 R&D 중장기 계획이 불과 6개월 만에 뒤바뀌었다면서 '졸속'이라고 비판했다. 올 3월 '제1차 국가연구개발 중장기 투자전략'에 따르면 R&D 예산은 정부 총지출의 5%를 유지하고 2023~2027년 17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했지만, 9월 발표한 '국가재정운용계획'을 보면 R&D 예산은 정부 총지출 대비 3.9%, 투자금액은 170조원에서 145조7000억원으로 감소했다는 설명이다. 조 의원은 "반년도 내다보지 못하면서 이런 계획을 세우나"라며 "(R&D 삭감 이유가) 졸속으로 운영된다고 하는데 졸속은 정부에 있는 게 아니냐"고 따졌다.


한덕수 총리는 "(R&D를 통한 국가 경쟁력 강화는)결국 재원을 어떻게 배분하는가의 문제"라며 "이에 대해 모든 나라가 고민하고 있다. 제대로 재원 배분을 하지 못해서 R&D 투자를 했지만 효율성은 크지 않았다고 반성하는 나라도 많다"고 답했다. 이어 "올해 R&D 예산 편성은 그런 고민을 원점에서 한번 봐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에서 이뤄졌다"고 덧붙였다.


반면 국민의힘은 2030 부산 세계엑스포 유치의 중요성과 해외 외교 성과를 묻고, 외교 부문의 예산 증액 필요성 등을 강조했다.

이용 국민의힘 의원은 "윤석열 정부가 지난해 5월 집권한 후 추진한 지역발전·외교정책인 2030 부산 세계엑스포 유치 여부가 이달 28일 국제박람회(BIE) 총회서 결정된다"며 "국민들이 응원하고 있는 만큼 그동안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도 외교 행보를 활발히 했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외교 예산을 문제 삼으며 삭감(주장)에 나서고 있지만, (여당은) 정부안대로 가야 한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이에 한 총리도 "솔직히 (국격에 맞게) 해외에서 우리에게 기대하는 역할을 하기에는 외교 조직, 인원, 예산은 매우 부족하다"며 "물론 재정 긴축 기조에서 불가피한 측면은 있지만, 외교는 유사시 안보 체제를 유지하는 핵심이다. 이에 대해 특히 예결위원들이 잘 판단해주고 결정해주시기 바란다"고 정부안대로 내년 예산안을 처리해줄 것을 당부했다.


예결위 종합정책질의는 10일까지 진행된 뒤, 13일부터 소위원회 심사를 거쳐, 30일 전체회의에서 의결한다. 하지만 소위원회 심사부터는 녹록지 않을 것으로 점쳐진다.


내년 예산안은 세수 여건 악화에 따라 긴축으로 편성됨에 따라 여야 간 한정된 재정에 대한 배분에 이견이 크다. 야당은 일단 5조원 규모의 감액을 추진하기로 했다. 특히 정부가 편성한 예비비 등을 대거 삭감해 연구·개발(R&D) 등을 증액 편성하기로 했다. 여기에 더해 지역사랑상품권, 새만금 예산 확보 등 굵직한 현안 등이 산적하다. 더욱이 내년 총선을 앞둔 상황이라 한정된 재원 속에서 지역 현안 사업 예산 확보를 위한 각축전이 불가피하다.


뿐만 아니라 올해 예결위 심사는 감액사업까지만 소위에서 하고 증액은 소소위에서 심사했던 국회의 관행을 깨고, 여야 간사간 합의로 소위에서 일부 증액 사업을 심사하기로 한 것 역시 새로운 관전 포인트다.


정치권에서는 올해 예산 심사 역시 법정시한을 넘어 심의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강기식 민주당 예결위 간사는 지난 6일 예산 심사 방향을 제시할 때부터 "협상 시한도 기한도 못 박지 않겠다"고 밝혔다. 법정시한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의례적인 발언조차 하지 않은 것이다. 이에 송언석 국민의힘 예결위 간사는 "본격적인 심사도 하지 않은 채 정부와 여당에 대한 압박부터 하는 저의가 도대체 무엇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며 "민생을 외면한 채 정부 여당을 압박하여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을 위한 예산 뽑아내기에만 몰두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반발하기도 했다.


지난해에도 여야는 법인세 인하에서부터 지역사랑상품권 등을 두고 공방을 벌인 끝에, 김진표 국회의장 중재로 법정 시한을 한참 넘어선 12월 24일에 처리됐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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