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인요한에 "환자가 약 안 먹으면 어쩌나"

인요한 국힘 혁신위원장 7일 김종인 접견
인 "金, 환자가 약 먹어야 한다 지적"
김 "환자는 국힘…최종 영향력은 용산"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7일 인요한 혁신위원장과 면담 자리에서 "처방은 참 잘했지만, 환자가 실제로 그 약을 먹어야 한다"고 조언했다고 인 위원장이 전했다.

인 위원장은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김 전 위원장의 사무실에서 40여분간 면담을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김 전 위원장이) 당신이 의사이냐 칭찬을 해 줬다"며 "처방은 참 잘 했는데, 환자가 그 약을 안 먹으면 어떻게 할 거냐. 그 약을 먹어야 한다. 실제로 면화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전했다)"고 말했다.

세브란스 병원 의사 출신인 인 위원장의 '혁신안'을 '처방'으로 비유한 것으로, 혁신안 자체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지만 정작 그를 수용하지 않으려는 당내 상황에 대해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인 위원장은 김 전 위원장의 조언에 "좋은 말씀이다. 저도 공감했고 명심하겠다고 하고 나왔다"고 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김 전 위원장은 면담 종료 후 기자들과 만나 "환자는 국민의힘" 이라며 "지금 강서구 보궐 선거 결과에 대한 표심이 무엇인지 아직도 인식이 잘못된 것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혁신위가 윤석열 대통령의 측근과 당 지도부 등에 불출마 혹은 험지 출마를 권고한 데 대해 당내 무반응을 지적했다. 김 전 위원장은 "혁신안이라는 것을 여러 개 만들어 냈는데 그에 대한 현실성의 문제도 생각을 해야 하고, 거의 (당의) 무슨 반응이란 게 없잖아요"라며 "예를 들어 해당 의원들이 거기 순응할 것인지 않을 것인지에 대한 아무런 반응이 없다"고 했다.

실질적으로는 용산 대통령실의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힘이 '약을 먹을 수 있다'라고도 표현했다. 김 전 위원장은 "사실 최종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은 용산에서 해야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지, 그쪽에서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을 것 같으면 당이야 위만 쳐다보고 있는 사람들인데 변화가 있겠느냐"고 설명했다.

한편, 김 전 위원장은 이날 면담에서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에 대해서는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다고 하면서도 '이준석 신당'의 성공 요인에 대해서는 언급했다. 김 전 위원장은 "성공 여부는 국민이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달려 있다"며 "일반 국민이 진짜 이번 계기에 우리나라 정치판을 바꿔야겠다고 판단하면 성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원 기자 forever@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