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지상전에 돌입한 가운데, 유대교 초정통파 '하레디' 신자들이 이스라엘군에 대거 자원입대한 사실이 알려져 주목받고 있다. 이들은 병역 면제 대상이지만 "어떤 방식으로든 돕고 싶다"고 밝혔다.
지난 7일 하마스의 기습 공격 이후 군 복무 경험이 전혀 없는 하레디 남성 신자 2000여명이 이스라엘군에 자원입대했다고 1일(현지시간) 타임스오브이스라엘(TOI) 등이 보도했다. 하레디 여성 신자도 입대 의사를 밝혔으나, 허용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하레디는 유대교 초정통파로, 근본주의적인 성향을 보인다. 구약성경에 묘사된 대로 남성은 검은 정장과 챙 모자, 하얀 셔츠 등을 입고 수염과 옆머리를 길게 기르며 여성은 긴 치마에 목과 팔을 덮는 옷을 입는 것이 특징이다.
이스라엘 전체 인구의 약 12%를 차지하는 하레디 신자들은 유대교 율법을 공부한다는 이유로 1948년 이후로 병역을 면제받아 왔다. 세속주의를 배격하는 집단인 만큼 그간 군 복무를 거부해 왔기 때문에 이번 입대에 더 눈길이 쏠린다.
하레디 남성들은 복무 경험이 전무한 만큼 실제 전장에 투입되지는 않지만, 군 운전병이나 취사병 등 비전투원으로 투입될 예정이다. 이스라엘 민주주의 연구소(IDI) 관계자는 “짧은 시간이라도 군사적 부담을 분담하려는 의지가 긍정적인 발전”이라며 “이들이 복무한다는 사실만으로 사회 전반에 연대감을 제공한다”고 평가했다.
하마스에 살해된 이들의 시신을 수습하는 응급구조단체에서 일하다 최근 입대를 결정했다는 한 하레디 신자는 “이것은 실제 전쟁이고, 전시에는 모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어떤 방법으로든 돕고 싶었다”며 “군대에서 어떤 일을 하게 될지는 상관없다. 시키는 대로 무엇이든 하겠다”고 TOI에 밝혔다.
2017년 9월 이스라엘 대법원은 하레디에 병역을 면제하는 법률이 위헌이라고 판단했으나, 유대교 정당 등의 반발로 복무를 강제하지 못했다. 당시 하레디 랍비들은 “이스라엘의 안전을 위한 열렬한 기도가 군 복무만큼이나 중요하다”고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하레디가 아닌 18세 이상 이스라엘 청년들은 최소 32개월을 복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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