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편의점이 떡볶이와 어묵 등 K-푸드를 바탕으로 말레이시아 일상 속에 자리 잡고 있다. 말레이시아 사람들에게 K-푸드를 보다 쉽게 즐길 수 있는 창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셈이다. 단순히 가공식품을 파는 현지 편의점과 달리 '떡볶이와 어묵 등 한국 즉석조리 제품을 직접 맛볼 수 있다'고 입소문이 나면서 2021년 4월 오픈 초기에는 수십명이 줄을 서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었다.
지난 13일(현지시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도심에 위치한 CU KLCC점에 들어서자 제일 먼저 계산대와 함께 즉석조리식품 판매대가 눈에 띄었다. 이곳에서는 떡볶이와 라볶이, 닭강정, 어묵 등을 팔고 있다. 이 식품 코너가 CU의 주력 상품이다.
박성욱 BGF리테일 상품개발팀 과장은 "한국은 즉석조리식품 매출이 전체 매출의 5~10%에 불과하지만, 말레이시아의 경우 이 비중이 50%에 달한다"며 "CU는 K-푸드를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현지 매장보다 규모가 큰 고급형 편의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말레이시아에 2021년 4월 1호 편의점을 오픈한 CU는 현재까지 쿠알라룸푸르 도심을 중심으로 총 132개의 매장을 열었다. 향후 5년 안에 매장을 총 500개로 늘릴 계획이다. 박 과장은 "말레이시아의 편의점 시장은 10년 전 한국처럼 블루오션(유망) 시장으로 K-팝 등 한국 문화를 즐기는 젊은 층이 늘면서 K-푸드 인지도도 올라가고 편의점 시장도 급성장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마트24도 말레이시아에 같은 해 6월 진출해 현재까지 35개 매장을 오픈했다. CU처럼 식품 코너를 운영하는 것이 특징이다. 임백현 이마트24 해외사업팀 부장은 "쿠알라룸푸르를 벗어날수록 무슬림 비중이 높아지는데 이마트24는 이들을 타겟팅해 할랄 인증식품 비중을 높여, 즉석조리 식품은 100% 할랄식품이고 나머지 가공식품도 절반은 할랄 인증을 받은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며 "편의점 전 매장을 할랄 점포 인증을 받은 패밀리마트처럼 이마트24 일부 매장도 할랄 인증을 받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CU와 이마트24가 K푸드 소매점이라면 1994년 설립된 KMT는 현지 슈퍼마켓에 K푸드를 납품하는 도매상이다. KMT는 과자와 라면, 장류, 유제품 등 한국의 30개 업체에서 만든 K푸드 3000여종을 수입해 말레이시아 전역에 이를 납품하고 있다. 이 중 500여개가 할랄 인증 제품이다. K푸드 인기에 매출도 2020년 400억원에서 지난해 650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KMT는 쿠알라룸푸르 인근 부유층 밀집 주거지인 세랑고르에 직영 슈퍼마켓인 케이플러스마켓을 지난해 10월부터 운영하고 있다. 12일 케이플러스마켓을 찾은 추아(55세)씨는 이날 9.9링깃(약 2800원)짜리 김밥 한 줄과 몇 가지 물건을 샀다. 그는 "회사가 마켓 근처라 1주일에 한 번 정도는 꼭 방문해 한국음식을 구매한다"며 "집에서 친구들과 김치도 담가 먹을 정도로 한식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손님 중 한국 사람은 4% 수준에 불과하고 대부분 말레이시아 사람들이 이 매장을 찾고 있다.
송상열 KMT 상무는 "말레이시아 부유층이 마트에서 필요한 물건을 사면서 한국제품도 구매하도록 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며 "한국 음식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데 깻잎 등 한국산 채소는 물론 김치 등이 인기가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특히 K-과일에 대한 수요가 많은데 딸기와 참외 등 제철 과일이 나오는 시기를 알고 기다려 구매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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