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사는 노인의 수가 급속하게 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현재 혼자 사는 노인은 197만3000명으로 전체 노인의 21.8%를 차지한다. 노후에 혼자 살게 되는 이유로는 사별, 미혼, 이혼 등을 들 수 있다. 최근 들어선 생애 미혼과 중년·황혼 이혼도 늘고 있다. 50세 전후까지 결혼한 적이 없는 사람의 비율을 나타내는 생애 미혼율은 1980년만 해도 남자가 0.4%, 여자가 0.3%에 불과했다. 그러나 2020년에는 남자가 16.8%, 여자가 7.6%로 늘어났다. 결혼 기간 20년 이상인 커플의 중년·황혼 이혼도 늘고 있다. 1990년 전체 이혼 건수의 5%에 지나지 않았던 중년·황혼 이혼 비율이 2021년에는 39%로 늘어났다.
혼자 사는 삶을 꼭 나쁘게만 생각할 필요는 없다. 도시화가 진전될 때 핵가족화를 우려하는 시각이 많았지만, 핵가족은 새로운 가족 형태로 성장해 주류를 이뤘다. 노후에 혼자 사는 삶도 마찬가지의 길을 걷게 될 것이다. 평균수명은 늘어나는데 남자와 여자의 수명 격차가 그대로 유지되고, 생애 미혼과 중년·황혼 이혼이 늘어나면 혼자 사는 삶이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서구에서는 노후에 혼자 사는 문제를 우리보다 훨씬 일찍부터 경험해왔다. 스웨덴의 경우 젊은 세대, 노인 세대 합해 전국 평균 1인 가구 비율이 57%다. 스톡홀름의 경우에는 60%에 달한다(2020년 한국 1인 가구 비율 34.5%). 그런데도 영국 이코노미스트지 조사에 따르면 세계에서 일곱 번째로 살기 좋은 나라로 알려져 있다. 혼자 살 수 있는 조건이 잘 갖추어져 있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혼자 사는 노후에 대비한 준비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건 외로움을 견디는 능력, 즉 고독 극복 능력을 키우는 일이다. 현역 시절에 어느 정도의 노후자금을 마련해 경제적인 문제는 해결한다고 하더라도 고독에서만은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물론, 고독 극복 능력을 키운다는 생각 때문에 고립된 생활을 자초해서는 곤란하다. 혼자 살더라도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자신에게 맞는 취미생활을 하면서 새로운 공동체에 편입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고립을 피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주거 형태다. 자녀와 같이 살기를 희망하지 않는다면 결국 이웃만 한 복지시설이 없다. 우리보다 고령사회를 일찍 경험한 일본의 경우, 노부부만 살거나 부부가 사별하고 혼자된 경우에는, 18~20평의 소형 평수이면서 쇼핑, 의료, 취미, 오락, 친교까지를 모두 가까운 거리에서 해결할 수 있는 주거 형태를 선호한다고 한다. 아직도 대형·고층 아파트를 선호하는 우리나라 노년 세대들이 참고해야 할 사례가 아닌가 생각된다.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은 노후생활비 준비 방법이다. 종래의 남편 중심의 노후준비에서 혼자 남아 살게 될 가능성이 큰 아내를 배려하는 노후준비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혼자 사는 고령 세대의 80% 정도가 여성이고, 혼자 살게 되는 기간 또한 남성보다 여성이 훨씬 길기 때문이다. 아내가 혼자 남아 살게 될 경우를 생각해서 연금·보험 등에 가입해 미리미리 준비를 해둬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들어 가족의 해체가 일어나고 있는 한편에 가족 회복 운동이 일어나고 있다는 점 또한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지금 일본에서는 한 건물 안에 3대가 독립적으로 살 수 있도록 개축을 하면 세제 혜택을 준다고 한다. 그리고 노인이 큰 집에 혼자 또는 둘만 살고 있으면 젊은 세대와 같이 살 수 있도록 하는 그룹 리빙, 공유경제 등이 활성화되고 있다.
강창희 행복100세자산관리연구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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