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고장' 미국 할리우드에서 지난 5월부터 파업해온 작가 노동조합이 넷플릭스, 워너브라더스 등 주요 스튜디오와 24일(현지시간) 잠정적으로 합의안을 도출했다. 파업 여파로 중단됐던 일부 TV 프로그램 등 생산이 재개될 가능성이 한층 커졌다.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작가노조(WGA)는 이날 스튜디오 교섭단체인 영화·TV 제작자연맹(AMPTP)과 3년간의 예비 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WGA 측은 "작가를 위한 의미 있는 이익과 보호가 담겨 있는 예외적인 협약을 도출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합의안은 WGA가 파업에 돌입한 지 146일 만에 나온 것이다. WGA 소속 할리우드 영화 및 방송 프로그램 작가 1만1500여명은 스트리밍과 인공지능(AI) 시대에 본격적으로 접어들면서 대기업 스튜디오와 수익, 권리를 재조정하는 과정에서 작가의 권리를 인정해달라며 지난 5월 2일부터 총파업을 진행해왔다.
할리우드 작가들은 대기업 스튜디오 측에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시청자들이 작품을 볼 때마다 작가·감독·배우에 지급하는 로열티인 재상영분배금을 다시 정산해달라고 요구했다. 또 생성형 AI가 등장하면서 부딪힌 저작권 문제를 해결해줄 것을 촉구한 바 있다. 이 외에도 기본급 인상, 의료·연금보험 강화와 불합리한 오디션 관행 개선도 요구했다.
이번에 WGA와 AMPTP가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으로 합의했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한 소식통은 작가들이 임금 인상 등을 포함한 핵심 사안에서 한발 물러섰다고 말했다. 대신 스튜디오가 TV 프로그램을 만들 때 일정 수준 이상의 작가를 고용하기로 하고,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인기 프로그램이 됐을 경우 작가가 보너스를 받는 구조도 만든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교착상태에 놓였던 양측의 협상은 이달 들어 협상장에 주요 스튜디오 수장들이 직접 나서면서 물꼬가 트였다. 테드 사란도스 넷플릭스 최고경영자(CEO)와 데이비드 자슬라브 워너브라더스 CEO, 도나 랭글리 유니버설스튜디오 CEO, 로버트 아이거 디즈니 CEO 등이 지난 20일 협상 테이블에 앉았다고 한다.
WGA 측은 이번 잠정 합의안을 바탕으로 26일까지 노조원을 대상으로 한 비준 투표 등 관련 절차를 진행한다. WGA는 "(투표를 통한) 승인이 있기 전까지는 그 누구도 회사로 복귀할 수 없다. 그때까지 우리는 파업 중"이라면서도 피켓 시위는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주요 스튜디오가 할리우드 작가와의 합의는 이뤘지만, 지난 7월부터 WGA와 함께 파업을 해왔던 배우 노조와 스튜디오 측은 아직 협상이 진행 중이어서 이번 합의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미국 배우·방송인 노조(SAG-AFTA)는 지난 7월 14일부터 파업을 해왔다. 당시 먼저 파업을 단행한 WGA와 파업을 동시에 진행한 것으로, 할리우드 작가와 배우가 동시에 파업에 나선 건 63년 만에 있는 일이었다.
SAG-AFTA 측은 WGA와 AMPTP의 잠정적 합의 소식을 축하하면서도 자신들은 파업을 유지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또 아직 AMPTP와의 협상 일정이 잡혀 있지 않지만, 스튜디오 수장들과 대화가 재개되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배우 노조의 파업이 지속되면서 대부분이 TV 프로그램과 영화가 재개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다만 작가 노조의 파업이 끝나면 심야 또는 낮 시간대의 토크쇼는 돌아올 수 있을 것으로 보여 업계가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한편 지난 5월부터 이어진 할리우드의 파업 사태로 주요 스튜디오는 물론 캘리포니아 경제가 타격을 입게 됐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최근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캘리포니아 경제가 50억달러(약 6조6700억원) 이상 손실을 보게 됐다"고 밝혔다.
워너브라더스는 이달 초 파업으로 인한 수익에 타격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발표했고, 아이거 CEO도 지난 7월 C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미디어 산업이 대혼란을 겪고 있는 와중에 나온 파업이라며 '전 세계에서 최악의 시기'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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