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원권이 화폐발행잔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90%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화폐발행잔액은 한은이 시중에 공급한 화폐에서 환수한 돈을 제외하고 시중에 남은 금액을 뜻한다.
25일 한국은행(한은)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전체 화폐발행잔액 176조 8000억원 가운데 오만원권 지폐는 155조 7000억원이었다. 화폐발행잔액 가운데 88.1%가 오만원권이다.
반면 만원권 비중은 10% 아래로 떨어졌고, 오천원권과 천원권은 1%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집계돼 오만원권이 축의금과 추석 등 명절 용돈·일상생활의 결제 등에서 대세로 자리 잡은 셈이다.
오만원권 비중이 88%를 돌파하기는 2009년 6월 발행 이후 처음이다. 첫 발행 당시 시중 화폐 중 오만원권 비중은 7.7%에 그쳤지만, 다음 달인 7월 12.9%로 곧바로 10%를 넘겼으며 9월(20.5%)에는 20%를 돌파했다.
이후 경제 규모 확대, 물가 상승 등으로 사용하기 편한 고액권 수요가 증가하면서 오만원권 유통은 파죽지세를 이어갔다.
오만원권 비중은 2010년 2월 화폐발행잔액의 30%·2010년 9월 40%를 넘겼으며 2011년 8월 50% 벽마저 뚫었다.
이후 2012년 12월 60%, 2015년 1월 70%, 2017년 11월 80%, 2021년 6월 85%를 넘어섰다.
반면 만원권은 오만원권에 밀리며 그 비중이 줄어들었다.
지난 8월 기준 만원권 화폐발행잔액은 15조 6000억원으로 전체 화폐발행잔액 중 8.8%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오만원권 발행 직전인 2009년 5월 만원권 비중은 86.6%에 달했지만, 이후 오만원권이 확산하면서 만원권 비중은 계속 떨어졌다.
2010년 9월(49.7%) 50% 밑으로 떨어진 만원권 비중은 2015년 11월 10%대로 떨어진 뒤 지난해 7월부터는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천원권과 천원권은 존재감 자체가 사라졌다.
오천원권과 천원권 발행 잔액은 8월 말 기준 1조 4000억원과 1조 6000억원 수준으로, 전체 화폐발행잔액 중 0.8%와 0.9%에 불과했다.
화폐발행잔액 중 오만원권의 비중이 90%에 육박하는 반면, 시중 유통 후 한은으로 돌아오는 비중은 절반 수준이다.
오만원권 발행 이후 환수율(발행액 대비 환수액)은 40~60% 수준을 유지하다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인 2020년 24.2%, 2021년 17.4%까지 떨어졌다.
화폐 환수율이 낮다는 것은 화폐가 시중에서 활발하게 유통되지 못하고 가게나 기업, 금융기관 등 경제 주체들이 거래나 예비 목적으로 보유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코로나19 사태로 대면 거래가 줄어들고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비상용 현금으로 고액권인 오만원권을 쌓아두는 경향이 나타났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후 방역 조치 완화로 오만원권 환수율은 지난해 56.5%로 예년 수준을 회복했고, 올해 들어서는 1분기 112.4%까지 치솟았으나 2분기에는 다시 41%로 하락했다.
만원권 환수율은 2021년 95.9%, 지난해 127.6%였고 오천원권은 같은 기간 90.9%와 97.6%, 천원권은 106.9%와 98.2%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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