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 영화 '치악산'이 논란 속 극장에 간판을 걸었다. 지역 이미지 훼손을 주장한 원주시와 법정 다툼 끝에 관객과 만나는 영화다. 40년 전 치악산에서 토막 난 시신이 발견됐다는 허구의 괴담을 스크린에 옮긴 영화가 어떤 반응을 얻을까.
'치악산'은 개봉 전 노이즈 마케팅 의혹에 휩싸였다. 노이즈 마케팅이란, 영화 홍보를 위해 구설에 오르도록 하는 등 이슈몰이로 관심을 끌어모으는 마케팅 전략을 말한다. 영화를 연출한 김선웅 감독의 손에서 최초 논란이 불거지며 관련 의혹을 받게 했다.
김선웅 감독은 지난달 21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 토막 난 시신이 그려진 포스터를 공개해 논란이 불거졌다. 누가 봐도 영화 포스터처럼 보이는 이미지. SNS상에서는 이미지가 혐오스러워 충격적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온라인상 게재한 이미지가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이어지자 김 감독은 "개인적 용도로 게시한 콘셉트 아트"라며 비공식 포스터였다고 해명했다. 이는 선뜻 납득하기 힘들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감독이 영화를 알릴 의도로 자극적인 이미지를 게시한 게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나왔다. 기자시사회에서 김 감독은 "혐오감을 느끼게 됐다면 진심으로 사과 말씀드린다"고 했다.
영화 '치악산'은 1980년 치악산에서 18토막 난 시신 10구가 발견돼 비밀리에 수사가 진행됐다는 이야기를 그린다. 치악산에 방문한 산악바이크 동아리 멤버들이 겪는 기이한 일들을 그린 호러물이다.
'치악산'이 위치한 강원 원주시는 제목을 바꿔 달라고 영화 측에 공식 요청했다. 괴담을 소재로 삼은 영화이지만, 실재하지 않은 괴담이었다는 게 이유다. 이로 인해 지역 이미지 훼손을 우려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원주보훈단체협의회 등 시민단체도 "거짓 정보로 시민을 우롱한다"며 상영 중단을 요구했다.
'치악산' 제작사는 제목 변경은 어렵다고 반박했다. "영화적 허구로 봐달라"고 당부하며 관련 문구를 영화에 삽입하겠다는 입장을 취했다. 이후 원주시 측이 서울에서 열린 '치악산' 기자시사회장에 찾아와 기자회견을 열고 관련 내용을 거듭 요구하자 영화 측은 "제목은 바꿀 수 있다"고 했다.
결국 이들은 법정으로 향했다. 지난 8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박범석 수석부장판사)는 원주시와 대한불교조계종 구룡사 등이 영화제작사 도호엔터테인먼트를 상대로 제기한 상영금지 가처분 신문을 진행했다.
법정에서 영화 측은 노이즈마케팅으로 이득을 봤다는 주장에 관해 "각종 시사회 등이 취소돼 콘텐츠에 대한 홍보가 이뤄지지 않은 채 상영을 기다리고 있다"고 반박했다.
12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박범석 수석부장판사)는 원주시와 대한불교조계종 구룡사 등이 "치악산과 시의 이미지가 훼손될 수 있다"며 영화 제작사 도호엔터테인먼트를 상대로 낸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명백한 허구의 내용을 담은 이 영화의 배경에 치악산이 등장한다는 사정만으로 치악산의 명성이 훼손되거나 시청자가 치악산에 대해 부정적인 인상을 갖게 된다고 예측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또 "원주시나 시민의 인격권이나 재산권에 중대하고 현저한 손해를 볼 우려가 있다는 점이 소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논란 속 '치악산'은 예정대로 관객과 만나게 됐다. 개봉 전 제목을 알리는 데는 성공했지만, 가장 무서운 건 관객이다. 영화가 극장에서 영화로서 어떤 평가를 받을지, 많은 관객을 끌어모으는 데도 성공할지 지켜볼 일이다.
개봉일인 13일 오전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집계에 따르면 '치악산'은 실시간 예매율 0.8%, 예매관객수 1579명을 기록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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