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L이앤씨·현대건설 등의 대형 건설사들도 보유 자산을 유동화해 자금을 마련하고 있다. 건설사들의 채권 발행이 쉽지 않은 데다, 시장 금리가 부담스러울 정도로 높아지면서 대체 자금 조달 수단을 활용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DL이앤씨는 신한은행 주관으로 680억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DL이앤씨가 부동산 임대차계약 만기에 돌려받기로 한 162개 부동산의 임차보증금을 기초자산으로 유동화증권을 발행하는 방식이다. 현대건설은 지난 6월 미래에셋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해 같은 방법으로 940억원의 현금을 마련한 바 있다.
DL이앤씨와 현대건설은 부동산 임차 만기에 돌려받게 되는 보증금으로 빌린 돈을 상환하게 된다. 임차보증금을 돌려받기 어려워지는 경우 건설사들은 특수목적법인(SPC)을 대신해 유동화증권 원리금 상환에 필요한 자금을 갚아야 한다. 건설사들이 보유 자산 중 하나인 임차보증금반환채권을 유동화해 유동성을 확보한 셈이다.
임차보증금반환채권 유동화는 불경기나 자금 조달이 쉽지 않을 때 기업들이 활용하는 자금 조달 방식 중 하나다. 건설사의 경우 공사 매출채권(시공 대가로 미래에 받기로 한 공사비) 유동화와 함께 대표적인 불경기 자금 조달 수단으로 꼽힌다. CJ CGV가 극장 임차보증금을 유동화해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고, 홈플러스 등의 유통 기업들이 대형마트나 주상복합 상가를 임차하면서 지급한 임차보증금을 활용해 유동성을 확보하기도 했다.
자산유동화는 일종의 담보대출과 유사해 조달 비용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장점이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시공능력 최상위의 우량 건설사들도 회사채 발행이 쉽지 않고, 채권을 발행에 성공한다 하더라도 상당히 높은 수준의 이자 비용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공사 매출채권이나 임차보증금반환채권 등의 자산을 유동화하는 방식의 자금 조달이 한동안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