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날아가 큰절 올린 박민식, '광복군 영웅' 모셔온다

유일한 '日 생존' 독립유공자 오성규 지사
보훈부 장관, 직접 모셔오려 일본행 결단
"국보 같은 존재, 대한민국으로 모시겠다"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이 일본에 생존해 있는 유일한 독립유공자 오성규 애국지사(100)를 직접 예우했다. 박 장관이 이끄는 정부 대표단은 '조국의 품에서 여생을 보내고 싶다'는 오 지사의 소원에 따라 함께 귀국할 예정이다.


박 장관은 11일 오후 일본 도쿄 네리마구에 위치한 오 지사의 집을 찾아 면담하고 건강 상태를 확인했다. 그는 오 지사를 향해 큰절을 올린 뒤 손을 꼭 잡고 직접 귀국을 위한 절차에 관해 설명했다. 이 자리에서 박 장관은 "지사님은 국보 같은 존재"라며 "괜찮으시다면 한국으로 모시고 싶다"고 했고, 이에 오 지사는 밝은 표정으로 감사를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이 11일 오후 일본 도쿄 네리마구에 위치한 오성규 애국지사의 집을 찾아 환담하고 있다. [사진제공=국가보훈부]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이 11일 오후 일본 도쿄 네리마구에 위치한 오성규 애국지사의 집을 찾아 환담하고 있다. [사진제공=국가보훈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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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지사는 이틀 뒤인 13일 오전 비행편으로 정부 대표단과 함께 귀국한다. 보훈부는 오 지사를 '광복군 선배'로 예우하는 차원에서 국군 의장대 도열, 광복군가 연주 등 환영 행사를 준비 중이다. 오 지사는 입국 후 서울 중앙보훈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고, 오는 15일 제78주년 8·15 광복절 경축행사에도 참석할 예정이다.


오 지사가 국내로 영주 귀국하게 되면 국내 독립유공자는 8명, 국외 거주 독립유공자는 1990년 건국훈장 애족장을 받은 미국의 이하전 지사 1명만 남게 된다. 보훈부 관계자는 "오 지사는 2018년 배우자가 작고한 뒤 홀로 지내셨다"며 "생의 마지막은 고국에서 보내고 싶다는 의사를 보훈부에 전해오면서 이번 방일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타국에서 홀로 지내던 영웅, 조국으로 모셔온다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이 11일 오후 일본 도쿄 네리마구에 위치한 오성규 애국지사의 집을 찾아, 큰절을 올리며 예우를 갖추고 있다. [사진제공=국가보훈부]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이 11일 오후 일본 도쿄 네리마구에 위치한 오성규 애국지사의 집을 찾아, 큰절을 올리며 예우를 갖추고 있다. [사진제공=국가보훈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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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3년 평안북도 선천에서 태어난 오 지사는 일제강점기 시절 10대 나이로 중국 만주까지 떠나 동광중학을 중심으로 항일운동을 벌였다. 일제에 조직망이 노출된 뒤엔 만주를 탈출해 중국 안후이성의 한국광복군 제3지대에 입대해 독립운동을 계속했다. 시간이 흘러 1945년 5월 국내 진공을 위한 한미 합작특수훈련(OSS)을 받던 중 광복을 맞이했다. 해방 이후 이념 갈등으로 인해 광복군 전우들과 경찰 조사를 받는 등 수난을 겪었으며, 당시 한국을 떠나 현재까지 일본에서 지내 왔다.

오 지사는 노태우 정부 시절이던 1990년 광복뿐만 아니라 교민 보호 등에 헌신한 공로를 인정받아 건국훈장 애족장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그가 받은 애족장에는 '주태석'이라는 이름이 적혀 있다고 한다. 이는 광복군 시절 일제의 추적을 피하고자 사용한 가명으로, 보훈부는 현행법상 본명을 찾아줄 방법이 없는 문제를 해결하고자 대책을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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