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민주 혁신위…'공천룰' 고칠 수 있을까

김은경 설화, 혁신 동력 확보 의문
공천 혁신 놓고 당내 계파 갈등 재연 우려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회가 김은경 위원장의 설화(舌禍)로 타격을 입으면서 공천룰·대의원제 변경 등 혁신을 계속 추진할 수 있을지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친명(親明)계는 "공천 물갈이를 해야 한다"며 힘을 실어주고 있지만, 비명(非明)계는 그동안 혁신위의 공천룰 변경 시사에 싸늘한 시선을 보내 왔다. 이런 상황에서 '3호 혁신안'을 발표한다면 당내의 비토 여론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친명'으로 분류되는 안민석 민주당 의원은 3일 YTN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서 김 위원장을 향해 "여야가 인적 쇄신을 통해서 공천 혁신하는 선거다. 다선 의원들 과감하게 치시라. 초선 의원들도 야당답지 않은 초선 의원들 치시라. 인적 쇄신 대대적으로 하시라"며 "그렇게 해야만 혁신위원회가 국민들로부터 박수를 받고 총선에서 저는 이길 거라고 본다"고 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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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위원장을 비롯한 혁신위에 '공천룰 변경'을 통한 물갈이를 요청한 것이다. 혁신위는 제3호 혁신안을 통해 공천룰 변경 등에 나설 것임을 시사해 왔다. 서복경 혁신위원은 지난 1일 MBC 라디오서 '공천룰이나 대의원제 문제를 들여다보겠나'는 사회자의 질문에 "그 부분이 당 내부 문제다. 저희가 보고 있는 부분인데, 그게 저희가 해야 되는 일"이라고 했다.


이날 김남희 혁신위 대변인도 KBS '최경영의 최강시사'서 "저희가 아주 세부적인 내용까지 들어가지는 않았는데 어떻게 하면 민주당이 좀 인적 쇄신을 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고민은 한다"며 공천룰 변경을 위한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최근 혁신위가 혁신안 마련을 위해 민주당 의원들에게 돌린 설문조사 친전에도 공천 혁신 관련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공천룰 변경은 계파간 이해관계가 갈리는 사안인 만큼, '노인 비하' 설화로 혁신위의 신뢰가 추락한 상태에서 공천 문제에 손을 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김 위원장이 대한노인회를 찾아 사과하긴 했지만, 그의 발언과 관련된 논란은 쉬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친명으로 분류되는 전용기 민주당 의원도 이날 YTN '뉴스앤이슈'서 "(김 위원장이) 자기 정치했다고 보고 있다. 혁신위원장이 안 해도 될 일을 굳이 사서 하다가 이렇게 문제가 됐다"며 "투표 독려를 왜 정당의 혁신위원장이 하나, 그건 사실 정치인들이 하는 것들"이라며 비판하기도 했다.


만약 혁신위가 공천룰을 변경한다면 '동일 지역구 3선 초과 금지', '대의원제 폐지' 등을 제안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는 앞서 친명계 원외 조직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가 제안한 내용과 결을 함께 하는 것으로, 비명계에서 반발이 터져 나올 가능성이 크다.


특히 이미 민주당의 공천제도 태스크포스(TF)가 지난 5월 공천룰을 확정지은 상황에서 혁신위가 공천룰을 건드릴 경우 계파간 갈등은 최고조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한편 김 위원장은 이날 황희 의원 등과 함께 용산구 대한노인회를 방문해 김호일 노인회장 등에게 "판단을 못 했던 부족함이 분명히 있었던 것 같다"며 거듭 사과했다. 그러나 '자리를 내려놓을 생각이 없느냐'는 노인회 측의 질책에는 "그건 다른 문제"라고 답했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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