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3막 기업]디지털 눈건강 스타트업 '픽셀로'..."인바디처럼 눈도 쉽게 진단"

강석명 픽셀로 대표

거치대에 세운 팔뚝 크기 갤럭시탭에 셀프카메라 모드 화면이 뜬다. '눈을 가린 채로 거리를 확인해주세요'라고 쓰인 화면 앞에 한쪽 눈을 가리고 40cm 정도 떨어져 서면 시력 검사 단계로 넘어간다. 지난 21일 방문한 경기 성남시 기업지원허브 내 입주한 '픽셀로' 사무실 앞에서 만난 강석명 대표(47)는 자사 제품인 안건강 자가진단 키오스크를 직접 시범 보이며 소개했다. 사무실 앞에는 키오스크 외에도 시력보호 필름, 블루라이트 차단 안경 등 픽셀로가 개발한 눈 관리 제품들이 선반 위에 자리 잡고 있었다.


“어르신들이 눈이 이상해 검사하려고 안과를 찾아오면 이미 실명 직전인 사례가 많다고 하더라고요. '몸이 천 냥이면 눈이 구백 냥'이라는 속담이 있을 만큼 우리 삶에서 눈이 정말 중요한데, 안질환을 예방할 수 있는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죠.”(강석명 픽셀로 대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안질환으로 진료받은 국내 환자 수는 2009년 10명당 2.4명에서 2019년 10명당 2.9명으로 증가했다. 노인성 안질환으로 불리는 황반변성의 경우 10만1000명에서 20만3000명으로 2배 정도로 늘었다. 곧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면 환자 수는 더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픽셀로는 안질환을 예방하기 위한 자가진단 서비스를 만들고, 관련 제품을 판매하는 기업이다. 2016년 삼성전자 사내 벤처기업 육성 프로그램을 통해 탄생했다. 당시 4명의 삼성전자 직원이 의기투합해 만들었다.


강 대표(47)는 함께 시작했던 4명 중 유일하게 남아 직원 8명과 함께 회사를 이끌어가고 있었다. 4명 중 2명은 삼성전자로 복귀했지만, 본인은 사업을 계속 이어가보고 싶었다고 한다. 강 대표는 “‘디지털 눈건강 관련 제품·서비스를 통해 사람들의 건강과 행복을 위해 노력하고 싶다”고 말했다.

강석명 픽셀로 대표가 자사 제품인 AI 안건강 자가진단 키오스크를 놓고 설명하고 있다. 사진=허영한 기자 younghan@

강석명 픽셀로 대표가 자사 제품인 AI 안건강 자가진단 키오스크를 놓고 설명하고 있다. 사진=허영한 기자 young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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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픽셀로를 소개해달라.

▲디지털 센싱 기술을 기반으로 눈 건강을 진단한다. 황반변성, 시력 측정, 노안조절력 등을 자가진단 할 수 있는 키오스크 및 서비스 애플리케이션 사업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서비스 외에도 눈 건강을 위한 노안보정 필름, 시력 보호필름을 개발 및 판매하고 있다.

- 창업 전에는 무슨 일을 했나.

▲삼성전자에 하드웨어 개발자로 입사해 17년간 근무했다. 마이크로 LED를 개발하는 영역에서 일했다. 리서치 분야에서 일했는데, 기술(솔루션)을 납품하려고 오는 업체들을 많이 만났다. 그 경험을 통해 기술에 대해서 많이 배울 수 있었다.


-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둔 이유는.

▲원래 2년만 하고 삼성전자에 복귀하려고 했다. 그런데 회사에 잘 다니다 퇴직한 선배들의 삶을 보면, 잘 키운 자식이 있지만 빚을 낀 아파트도 남아있더라. 퇴사 후 더 작은 회사 이사로 스카우트되거나 컨설팅 자리로 옮기는 선배들도 많다. 다만 그게 내가 그리는 바람직한 미래는 아닌 것 같았다. 회사에서도 엔지니어인 내게 기술 영업이 더 성향에 맞아 보인다고 하더라. 동감했다. 전 세계 어디여도 좋으니 ‘내가 만든 제품 하나’가 어딘가에서 팔릴 수 있도록 하는 게 삶의 목표가 됐다. 그래서 2017년 말에 완전히 퇴사하고, 픽셀로 운영에 집중하게 됐다.


- 왜 안건강 자가진단 관련 사업모델을 발굴할 생각을 했나.

▲오감 중에 제일 잃기 싫은 게 시력이라고들 한다. 그런데 안과를 가지 않는 이상 안건강을 체크할 방법은 많지 않다. 헬스장이나 병원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인바디만 해도 체중을 비롯해 체내 골격근량, 수분, 단백질 같은 정보를 알 수 있는데 눈 건강은 모르지 않나. 국가건강검진을 받아도 형식적인 시력검사만 할 뿐이다. 스마트워치로 어디서든 심박수와 스트레스를 측정할 수 있듯이, 안건강도 쉽게 진단할 수 있어야 한다. 초고령사회가 다가오는 이 시대에 눈 건강을 관리할 수 있는 IT기술이 주목받을 거라고 생각했다.


- 안건강 진단 키오스크를 통해 진단할 수 있는 항목이 뭔가.

▲시력검사와 황반변성 검사, 눈 조절력(노안) 측정 등이다. 항목은 앞으로 늘려가 전반적인 눈 건강을 스크리닝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적이다.


- 키오스크 외에도 시력보호 필름을 만든다고.

▲노안을 가진 사람의 눈에 맞춰 선명한 화면을 제공하는 스마트폰 스크린 부착 필름을 개발했다. 선명하지 않은 화면을 보거나 초점이 잘 안 맞을 때 눈이 나빠진다. 달리는 차 안에서 책을 읽지 말라는 이유도 글자가 계속 흔들리니까 눈이 쉽게 피로해지고 시력 저하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화면이 선명해지는 필름을 개발했다. 화면을 볼 때 빛 번짐이 줄어들고, 눈이 편안하다는 피드백을 받고 있다. 특히 라섹이나 라식을 한 분들이 좋아하더라. 일본 등지에 수출까지 했다.


- 매출 성과는 어떤가. 투자 계획도 있는지.

▲작년에는 7억원 정도 매출을 냈다. 올해 목표는 10억원이다. 현재 키오스크 고도화 개발 작업 중인데, 다 끝내면 시리즈A 투자 유치에 나설 계획이다.


- 해외 진출 계획도 있나.

▲얼마 전에 카타르 바이어와 만났다. 카타르 인구가 271만명인데, 그중 10%가 학생이라고 하더라. 바이어를 통해 키오스크를 학교에 납품하고 싶었는데, 한국에서 의료기기 인증을 받아야 수월하겠더라. 의료기기 등급을 따려고 시도 중이다. 동남아시아 공적개발원조(ODA) 사업도 하려고 한다. 동남아 지역은 햇빛이 세서 안질환 환자가 많다. 키오스크를 공급해 안질환을 예방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다.


- 향후 목표가 궁금하다.

▲현재 대구테크노파크, 대한노인회, 산부인과 등과 실증사업을 진행 중이다. 전자박람회 CES에도 2번 연속 참가했고, 올해 일본으로 전시회에도 참석해 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솔직히 상장 욕심은 없다. 헬스케어 관련 기업에 인수합병(M&A)되는 게 목표다. 사회에 더 큰 영향력을 가진 기업이 우리 서비스를 활용하는 게 더 유익할 것 같다. 그때까지 지금처럼 B2G(기업-정부간 거래), B2B(기업간 거래) 사업을 많이 진행할 계획이다.





박유진 기자 geni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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