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기업들 임금 못 올린다…"팁 챙겨라"

팁 요구 기업, 2019년 6%→올해 16%
소비자 41% "팁 의존 말고 급여 올려야"

미국 기업들이 직원 급여를 인상하는 대신 고객들에게 점점 더 많은 팁을 요구해 기업이 져야 할 부담을 전가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직원들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식당, 주점 뿐 아니라 별다른 서비스를 기대하기 어려운 쿠키·음료 판매점, 가전 수리업체, 식물 판매점까지 소비자에게 팁을 요구하면서 소비자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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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직원 관리 소프트웨어 업체인 홈베이스 조사 결과 중소기업 517개 중 16%가 고객들에게 결제시 팁을 남기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는 4년 전인 2019년 6.2%에서 3배 가까이 늘어난 규모다. 기업들을 대상으로 급여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페이첵스는 팁으로 급여 일부를 충당하고 있는 직원 비율이 2020년 5.6%에서 올해 5월 기준 6.3%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팁을 받는 기업의 수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이 지급하는 팁 금액 자체도 늘어났다. 급여 정보 제공업체인 거스토가 30만개의 중소기업을 분석한 결과 레스토랑을 제외한 서비스 부문 직원들이 시간당 받는 팁은 2019년 평균 1.04달러에서 올해 6월 기준 1.35달러로 30% 늘었다. 서비스 산업 근로자가 5월 받은 임금은 시간당 16.64달러, 팁은 4.23달러로 팁이 전체 임금의 5분의 1을 차지했다.


세헤라자데 레만 조지워싱턴대 교수는 "미국 경제가 이전보다 팁에 더 많이 의존하고 있다"며 "이는 점점 더 통제하기 어려운 상태가 돼 가고 있다. 미국 기업들은 직원 급여 인상에 대한 책임을 소비자에게 떠넘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기업들은 고용시장 호황 속에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다. 직원들을 붙잡아 두기 위해 급여를 올려야 하는 상황이지만 경영 압박이 커지자 고객들에게 팁을 요구함으로써 부담을 전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급여 인상으로 기업 부담이 커지면 결국 제품·서비스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도 기업들이 팁을 요구하며 주장하는 논리다.


조나단 모덕 뉴욕대 공공정책 교수는 "기업들은 경기침체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어 임금인상에 얽매이길 원하지 않는다"면서 "팁은 기업들에게 훨씬 더 많은 유연성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소비자들의 불만은 높아지고 있다. 점원이 아닌 소비자가 스스로 계산하는 키오스크를 둔 상점들까지 고객이 계산할 때 키오스크 화면에 팁을 얼마나 줄지 묻는 등 기업들의 팁 요구 문화가 도를 넘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금융 서비스 회사인 뱅크레이트가 지난 5월 2400명의 미국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한창이었던 시기보다 팁을 덜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41%는 기업들이 팁에 의존하기보다는 직원 급여를 인상해야 한다고 답했다.


사루 자야라만 캘리포니아대 식품노동 리서치센터 소장은 "고용주들은 임금인상 대신 팁 제도를 이용하는 게 현명하다고 생각한다"면서 "하지만 (무리한 팁 요구는) 소비자의 기분을 상하게 하고, 직원들에게 이 문제를 처리하도록 하기 때문에 오히려 직원들을 잃을 위험이 있다"고 설명했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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