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임차권등기명령 신청 건수가 사상 처음 4000건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시장 침체와 전셋값 하락으로 인한 ‘역전세난’에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세입자가 크게 늘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19일부터 집주인의 확인 없이도 임차권등기를 할 수 있는 개정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시행됨에 따라 향후 신청 건수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21일 대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6월 집합건물의 임차권등기명령 신청 건수는 4194건으로 월별 기준 역대 가장 많은 수치를 기록했다. 지난 5월(3670건)보다 14.3% 증가했고, 전년 동월(817건) 대비로도 5배 이상 늘어났다.
올해 들어 임차권등기명령 신청 건수는 1월 2081건, 2월 2799건에 이어 3월에 3414건으로 3000건을 넘겼다. 이후 4월 3045건, 5월 3670건을 기록한 데 이어 지난달 결국 4000건을 넘긴 것이다.
임차권등기는 전·월세 계약 만료 시점에 집주인이 보증금을 반환하지 않을 때 세입자가 보증금을 돌려받을 권리를 유지하기 위해 법원에 신청하는 것이다. 임차권등기를 마친 세입자는 이사를 나가도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이 유지된다.
지역별로는 서울은 5월 1243건에서 6월 1422건으로 14.4% 증가했다. 인천은 783건에서 954건으로 21.8%, 경기는 1007건에서 1144건으로 13.6% 늘었다. 지방에서는 울산, 경북, 제주 등에서 임차권등기명령 신청이 크게 늘었다. 울산은 이 기간 26건에서 39건으로 50% 증가했다. 경북도 20건에서 28건으로 40.0% 늘었고, 제주와 강원도도 30%대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앞으로 임차권등기명령 신청 건수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 19일부터 집주인에게 미리 알리지 않고도 임차권등기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법원의 임차권등기명령 결정이 집주인에게 송달됐다는 확인이 있어야 임차권 등기가 완료됐다. 이 때문에 집주인이 사망하거나, 의도적으로 송달을 피하는 경우 세입자가 임차권 등기를 마치기 어려웠다. 하지만 개정안 시행으로 법원의 임차권등기명령만 떨어지면 임대인에게 결정이 고지되기 전이더라도 임차권 등기를 완료할 수 있게 됐다.
다만 정부가 이달 말부터 1년간 전세보증금반환 대출규제를 완화한 것은 변수다. 역전세난에 대처하기 위해 집주인(개인)을 대상으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 대신 총부채상환비율(DTI) 60%를 적용해 대출 한도를 늘릴 수 있게 해서다. 이를 통해 세입자들이 당장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사태가 줄어들 수도 있다는 것이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올 하반기 본격적으로 2년 전 계약분의 만기가 돌아오는 상황이라 역전세 우려가 여전하지만, 전세보증금반환 대출규제가 완화돼 임대인의 숨통이 트이면서 임차권등기 신청 건수가 점차 감소할 여지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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