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mm금융톡]보험료 50% 할인 연장…4세대 실손 전환 몰두하는 배경은

보험사, 4세대 실손 보험료 50%할인
보험료 수입 줄어도 4세대 전환이 '이득'

보험업계가 4세대 실손의료보험 보험료를 절반으로 할인하는 혜택을 연말까지 연장했다. 해당 보험료 수입 절반을 6개월 더 포기하면서까지 4세대 전환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1~3세대 실손보험을 계속 유지한다면 막대한 규모의 손해액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돼 손실 관리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생명보험협회와 손해보험협회는 지난해 1월부터 올해 6월까지로 예정됐던 실손보험 4세대 전환 시 보험료 50% 할인 혜택을 올해 연말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실손보험은 판매 시기, 보장구도 등에 따라 1세대(구 실손), 2세대(표준화실손), 3세대(신 실손), 4세대 및 기타(노후, 유병력자) 실손 등으로 구분된다. 4세대 실손보험은 앞세대 대비 자기부담금 비율이 오른 대신 보험료가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4세대 평균 보험료는 월 1만2000원 수준으로 월 2만~4만원대의 1, 2세대보다는 50~70%, 1만3000원대인 3세대보다는 10%가량 싸다. 여기에 50% 할인이 더해지면 앞세대와의 보험료 격차는 더욱 커진다.

보험사들이 매출을 일부 포기하면서까지 4세대 전환에 힘쓰는 것은 오히려 실적 때문이다. 그간 실손보험은 과잉진료·과잉청구로 만년 적자를 면치 못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보험업계는 실손보험에서 1조53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전년 대비 적자 폭이 줄었지만 여전히 조(兆) 단위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과잉진료 통제수단을 갖춘 4세대 전환 비중이 5.8%에 불과해 운영하는 족족 손실이 생기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세대별 실손보험 손해율(받은 보험료 대비 지급 보험금 비율)은 3세대 118.7%, 1세대 113.2%, 2세대 93.2%, 4세대 91.5% 순이다. 보험 손해 규모도 1~3세대가 1조5448억원으로 4세대 1018억원 손실을 압도한다.


현 상황이 유지되면 앞으로 손실 규모는 100조원에 이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올 정도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최근 2018~2021년 실손의료보험 위험보험료와 지급보험금의 연평균 증가율은 각각 11.9%와 14.7%로 가정했을 때 2031년에는 실손보험 누적 손실이 104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같은 손실을 메우기 위해 보험료를 마냥 올리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올해 실손보험료 평균 인상률은 1세대 6%, 2세대 9%, 3세대 14%를 기록했다. 하지만 4000만명이 가입해 제2의 국민건강보험으로 불리며 사회 안전망 역할을 하는 만큼 당국에서도 보험료 추이를 면밀히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다. 보험사 입장에선 보험료를 가파르게 인상해 손익분기점을 맞추기에는 당국 눈치가 보인다는 반응이다. 결국 4세대 전환이 유일한 선택지인 셈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과잉진료로 인한 보험금 누수는 장기적으로 과잉진료를 하지 않는 고객에게도 피해가 갈 수 있기 때문에 4세대 전환을 독려하고 있다"며 "4세대 실손은 보험료 자체가 낮은 편인데다 보험료 청구 빈도가 비정상적으로 높지 않다면 갱신할 때 보험료도 크게 오르지 않아 소비자 부담도 크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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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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