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이스라엘·獨까지…투자 계획 쏟아내는 인텔

정부 보조금 챙기며 투자 확대 현실화
실적 어려워도 "과감한 확장 베팅"

미국 반도체 업체 인텔이 전 세계 투자 소식을 쏟아내고 있다. 2021년 팻 겔싱어 최고경영자(CEO) 복귀 이후 추진해온 사업 확장과 투자 확대가 정부 보조금 협상을 마무리 지으며 현실화하는 모양새다. 미 애리조나를 거점으로 하는 인텔이 폴란드, 이스라엘, 독일까지 과감한 베팅을 이어나가고 있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

1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인텔이 250억달러(약 32조원)를 투자해 이스라엘에 반도체 공장을 짓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역대 최대 규모의 외국인 투자"라면서 "이스라엘 경제의 엄청난 성취"라고 평가했다.

인텔 측도 "이스라엘 내 생산능력 확대를 위한 것"이라며 투자 사실을 확인했다. 구체적으로 투자 규모나 대상 등은 언급하지 않았다. 네타냐후 총리가 인텔의 투자 규모를 250억달러라고 했지만, 여기에는 2021년 인텔이 먼저 발표한 100억달러가 포함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인텔은 1974년부터 이스라엘에서 사업을 하고 있다. 하이파, 예루살렘, 야쿰, 페타티크바 등에 연구개발(R&D) 센터가 있다. 이스라엘 남부 키르얏갓에는 인텔이 '최첨단 생산시설'이라고 표현한 공장이 있고, 예루살렘 시설에는 전장 사업을 담당하는 모빌아이 개발센터가 있다.


블룸버그는 소식통을 인용해 인텔의 이스라엘 내 신규 투자는 웨이퍼 제조에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신규 공장은 2027년 완공돼 최소 2035년까지는 가동이 된다. 이스라엘 정부는 이번 투자로 인텔이 현재 고용하고 있는 1만2000명의 직원 외에 추가로 수천개의 일자리를 양산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이스라엘 투자 소식은 인텔이 폴란드 투자 결정을 공개한 지 이틀 만에 나온 것이다. 앞서 인텔은 지난 16일 폴란드에 최대 46억달러를 투자해 반도체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폴란드 브로츠와프 인근에 반도체 재가공 및 패키징·테스트 등 후공정 작업을 위한 공장을 짓고, 2027년부터 가동한다고 밝혔다.


팻 겔싱어 인텔 CEO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팻 겔싱어 인텔 CEO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

겔싱어 CEO는 "폴란드는 유럽 내 인텔의 거점인 독일, 아일랜드와 합작하기에 이상적"이라면서 "전 세계의 다른 제조 입지와 비교했을 때 비용이 적게 든다"고 말했다.


조만간 인텔의 독일 투자 소식도 발표될 것으로 예상된다. 인텔은 마그데부르크에 대규모 반도체 공장을 보유하고 있으며 현재 170억유로를 추가 투입해 생산능력을 확대할 계획이다. 인텔은 독일 정부와 보조금 협상을 진행해왔는데 최근 양측이 기존에 합의한 보조금 68억유로를 99억유로로 확대, 합의할 것으로 보인다는 보도가 현지에서 나온 상태다.


블룸버그는 인텔 공장 투자에 대한 독일 보조금 지원 소식이 이르면 19일 발표될 것으로 예상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19일 베를린에서 겔싱어 CEO를 만난다.


인텔은 2021년 겔싱어 CEO 취임 이후 투자를 쏟아내고 있다. 파운드리 사업 재진출을 선언한 겔싱어 CEO는 조 바이든 미 행정부의 반도체 패권 잡기 움직임에 발맞춰 미 애리조나, 뉴멕시코, 오리건주 등에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뒤이어 미국을 벗어나 유럽, 중동 등에 공장과 R&D 센터를 구축키로 했다. 인텔은 지난해 3월 향후 10년간 유럽에 반도체 생산과 R&D를 위해 800억유로를 대대적으로 투자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최근에는 서울에 데이터센터 반도체 연구소를 설립한다고 발표했다.


블룸버그는 "겔싱어 CEO가 전설적인 칩 제조사인 인텔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과감한 확장 베팅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PC용 반도체를 기반으로 한때 반도체 시장을 호령했던 인텔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에선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인텔은 올해 1분기에는 최대 분기 손실을 기록했다. 제조공장에 대한 생산과 투자를 확대한데다 PC용 칩 매출이 회복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텔은 올해 2분기에도 적자를 기록할 가능성이 크다.


블룸버그는 인텔과 함께 투자를 쏟아내고 있는 미 반도체 업체 마이크론도 함께 언급하며 "기업들이 자국 영토 내 반도체 공급을 안정화하고 일자리를 유치하려는 외국 정부의 보조금을 활용하고 있다. (이러한 투자가) 외교의 결실을 맺은 것"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