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조치 9호' 위반 옥살이… 대법 "국가, 정신적 손해 배상해야"

재판부 "객관적 정당성 상실한 직무행위, 국가배상책임 인정"

박정희 정권 당시 ‘긴급조치 9호’를 위반한 혐의로 복역한 김거성 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64)에게 국가가 정신적 손해까지 배상을 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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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김 전 수석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에 돌려보냈다고 19일 밝혔다.

김 전 수석은 유신헌법을 비판하는 구국선언서를 배포해 긴급조치 9호를 위반한 혐의로 1977년 10월 체포됐다. 김 전 수석은 구속된 채 재판에 넘겨져 징역형과 자격정지를 선고받고 복역하다 1979년 8월 형집행정지로 풀려났다. 이후 재심을 청구해 2014년 5월 무죄를 확정받았다.


이후 김 전 수석은 2013년 9월 긴급조치 9호로 입은 손해를 배상해달라며 소송을 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김 전 수석이 민주화보상법에 따라 2006년 보상금 2625만원을 수령했다는 이유에서였다.


옛 민주화보상법은 피해자가 보상금을 받은 경우 재판상 화해가 성립됐다고 보고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게 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2018년 이 규정에 위헌 결정을 내렸다. 이에 김 전 수석은 헌재 결정이 나온 뒤인 2019년 2월 국가에 재차 소송을 냈다.

재판에서는 긴급조치 9호 발령행위가 공무원의 불법행위에 해당하는지, 긴급조치 9호에 의한 수사 및 재판행위가 공무원의 불법행위에 해당하는지, 소멸시효 기산점을 언제로 봐야 하는지 등이 쟁점이 됐다.


1·2심은 "긴급조치가 사후적으로 위헌·무효로 선언됐더라도, 긴급조치권 행사는 정치성을 띤 국가 행위로서 대통령이 국민 개개인에 대해 민사상 불법행위를 구성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지난해 8월 전원합의체 판결을 기준으로 국가의 배상책임이 인정된다고 봤다. 재판부는 "긴급조치 9호 발령부터 적용·집행에 이르는 국가작용은 공무원이 직무집행을 하면서 객관적 주의의무를 소홀히 해 직무행위가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한 것으로 이로 인한 강제수사나 유죄 판결받아 복역한 국민의 손해에 대해 국가배상책임이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허경준 기자 kjun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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