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3막 기업]'엄마 경력' 지닌 여성에 돌봄일자리 찾아주는 '휴브리스'

전창민 휴브리스 대표

통계청에 따르면 2021년 하반기 기준 18세 미만 자녀가 있는 국내 유배우 가구 중 맞벌이 가구 비율은 53.4%로 절반을 넘어간다. 이에 정부는 일하는 부모의 육아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돌봄 센터를 확충하고, 아이돌보미 서비스 같은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돌봄 공백'에 대한 우려는 끊기지 않는다. 상대적으로 어린 아이 비율이 높은 수도권은 문제가 더 심하다.

전창민 휴브리스 대표. 사진=허영한 기자 younghan@

전창민 휴브리스 대표. 사진=허영한 기자 younghan@

전창민 휴브리스 대표(35)는 이러한 돌봄 공백에 문제의식을 느껴 창업했다. 아시아경제가 지난 13일 서울 성수동에서 만난 그는 "기업에 있을 당시 여성 동료들이 아이돌보미를 신청하고 나서 배정받으려면 1년이 걸린다고 이야기해주더라"라며 "믿고 쓸 수 있는 민간 돌봄 선생님 연계 서비스를 만들면 시장에서 호응이 있을 거라 예상했다"고 말했다. 현재 휴브리스는 가정-돌봄 선생님 매칭 서비스 '돌봄플러스'를 운영 중이다.


그런데 휴브리스가 해결에 기여하는 영역이 돌봄 공백 말고도 하나가 더 있다. 바로 시니어 여성들의 일자리 창출이다. 지금까지 일거리를 찾는 중장년 여성 2500여명이 돌봄플러스를 통해 아이를 봐주고 돈을 벌었다. 시간제로 일할 수 있어 유연한 근무가 가능하다는 게 장점이다. 예를 들어 돌봄 선생님 중 한 명은 유아용품 관련 회사에서 근무하다가 퇴직 후 시간적 여유가 생겨서 취미 생활을 하다 여성인력개발센터를 통해 돌봄플러스를 소개받았고, 베이비시터 교육을 받고 나서 계속 일하고 있다.

전 대표는 "돌봄 선생님으로 등록한 가입자가 2018년 200명으로 시작해 지금은 2만5000여명 정도"라며 "가정의 자녀 돌봄 공백을 해소하는 동시에 중장년 여성이 일할 기회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창민 휴브리스 대표. 사진=허영한 기자 younghan@

전창민 휴브리스 대표. 사진=허영한 기자 younghan@


-창업 전에는 뭘 했는지, 왜 창업했는지 궁금하다.

▲컴퓨터공학을 전공했다. 직장 생활은 2015년 대기업 연구소 IT 부서에서 시작했다. 여성 직원들은 늘 오후 4~5시쯤 퇴근 시간이 다가오면 전화하러 나가더라. 알고 보니 아이를 데리러 가줄 사람을 구하기 위해서 전화를 돌리는 거였다. 당시 동료들로부터 정부가 제공하는 아이돌봄 서비스를 신청하면 1년을 기다려야 한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발전한 시대에 수요와 공급이 이렇게 미스매치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때 처음 문제의식을 느꼈다.


아이 낳기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정부는 육아휴직을 장려하고 기업에서도 대외적으로는 육아 프렌들리한 회사임을 홍보한다. 그러나 실제 산업 현장은 그렇지 않더라. 아이를 키우느라 복귀를 못 하는 사람도 있고 퇴사하는 사람도 많더라. 기업 인사팀에서 근무하던 아내를 통해 알게 됐다. 창업 당시에는 아이가 없었지만, 나도 언젠가는 아이가 생겨 키우게 되면 똑같은 문제에 직면하겠다는 생각에 창업을 결심했다.


약 1년 직장생활을 하다가 그만뒀다. 퇴사 후 바로 창업하고 싶었지만, 창업 자금이 없었다. 개발 외주 일을 하며 돈을 모았다. 5000만원 정도 모은 후 2018년에 학교 후배 2명과 창업했다. 안정적인 직장을 그만두는 게 쉽지는 않았다. 그러나 하루라도 젊을 때 도전해야 후회하지 않을 것 같았다.

-휴브리스의 돌봄플러스 서비스를 설명해달라.

▲아이돌봄이 필요한 가정과 돌봄 선생님을 매칭해주고 수수료를 받는 플랫폼이다. 부모가 애플리케이션에 가입해 아이 정보를 등록하고 필요한 돌봄 시간대를 설정하면, 그에 맞는 조건의 선생님을 연결해준다. 소비자는 시간당 1만3000원을 내면 기본 돌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아이 목욕, 이유식 준비 등 추가 서비스를 원하면 추가금을 더 결제하면 된다. 회사가 가져가는 수수료는 결제금액의 10%가량이다. 창업할 당시에는 참고할 만한 국내 모델이 없어서 미국의 베이비시터 중개업체 '어반시터' 같은 플랫폼을 벤치마킹했다.


-돌봄플러스를 이용하면 뭐가 좋나.

▲구인·구직 사이트나 소개를 통한 매칭은 선생님에 대한 역량 관리가 안 된다. 다들 아이를 돌봐줄 좋은 사람을 찾는데 못 찾는 게 그런 이유다. 돌봄플러스 시스템 하에서는 선생님에 대한 평가가 가능하고, 그만큼 퀄리티 관리가 가능하다. 가입 시 부모가 아이에 대한 정보를 등록하면 그게 맞는 선생님을 연결해주기도 한다. 예를 들어 아이가 활발한 성격이라면, 그동안 활발한 아이를 돌봤을 때 평가가 좋았던 선생님을 추천해준다. 가입할 때 (보육)교사 경력도 확인하는데, 그런 경력이 없는 선생님에게는 꼭 사전 교육을 듣게 한다.


-돌봄 선생님으로 가입하려면 여성이고 성인이기만 하면 된다고. 그런데 그중 가정에 매칭된 선생님이 40~60대가 주를 이루는 이유는 뭔가.

▲돌봄플러스는 0~5세의 어린아이들을 타게팅하고 있다. 이렇게 어린아이들을 맡기는 부모들의 나이는 주로 20~30대다. 이들은 또래보다는 '엄마 경력'을 가진 40~60대를 더 선호하더라. 그리고 이 중에는 은퇴한 (보육)교사가 많다. 부모 입장에서는 이미 어린아이를 다 키워보고 조언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이 와주기를 바라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수요가 많은가? 이용자 구성이 궁금하다.

▲월평균 1000~1100가구가 서비스를 이용한다. 지금은 서울과 경기도에만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서울 이용자가 80%를 차지한다. 0~5세 아이가 주 타깃이지만 초등학생을 맡기는 이용자도 있다. 팬데믹이 시작된 2020년도에는 매출이 6배 정도 뛰었다. 부모는 일을 나가야 하는데 보육기관과 학원은 쉬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수요에 대응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회사를 얼마나 키우고 싶나. 매출 목표와 투자 계획 등이 궁금하다.

▲나를 제외하고 13명의 직원과 함께하고 있다. 투자는 지금까지 총 4번 받았다. 가장 최근에 받은 투자가 지난해 말이었는데, 한국사회투자로부터 2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고 프리A 시리즈 투자(시드 투자 다음 단계)를 받았다. 이번 달 말에도 투자 유치가 계획돼있다. 올해 매출 목표는 B2C와 B2G를 합해 30억원이다.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최근에 5명의 돌봄 선생님을 직접 채용했다. 고용 안정성에 대한 요구가 있어서 시범적으로 진행한 채용이다. 이분들은 돌봄뿐 아니라 가사 서비스도 함께 제공할 수 있도록 하고 그만큼 소득을 더 올릴 수 있게 한다. 이런 직접 채용 인원을 늘릴 계획이다. 다음 달부터는 소비자들에게 제품 판매를 연계하는 공동구매 코너도 운영한다. 소비자가 가입할 때 아이의 키, 몸무게 등 정보를 함께 올리기 때문에 그에 맞는 제품을 추천해줄 수 있다. 아이에 대한 DB가 계속 구축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또, 부모를 위한 돌봄 선생님 매칭 플랫폼을 넘어, 산모를 위한 서비스도 만들고 싶다. 서비스 고도화를 위한 투자도 계속 늘릴 계획이다.





세종=박유진 기자 geni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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