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가를 입은 남성의 초상' 대리석 전신상 [사진=서믿음 기자]
토가를 입은 남성상이 심포시온을 내려다보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그리스가 로마에게, 로마가 그리스에게' 전시물 중 가장 큰 조형물이다. 후기 공화정기에 토가는 로마의 시민임을 뜻했다. 군장이나 짧은 망토가 아닌 것으로 봐서 관료나 군인이 아닌 '제1시민'을 부각하기 원하는 로마 황제나 사회적 지위가 높은 사람으로 여겨진다. 이러한 상들은 극장이나 분수 등 공공건축물을 짓는데 기여한 사람들을 기념하기 위해 세우는 경우가 많았다.
로마 시대 '빌라'를 테마로 공간을 구성했다. 가운데는 연회인 '심포시온' 분위기의 테이블과 연회에 사용했던 전시품을 배치했다. [사진=서믿음 기자]
토가 입은 남자가 내려다보는 심포시온은 그리스어로 '연회'를 뜻한다. 그리스 남성들이 다양한 주제를 두고 토론하는 의견 나눔의 장이었다. 참석자들은 '안드론'이라 불리는 방에 모여 앉아 좌장이 정한 비율에 따라 포도주를 나눠 마셨다. 비율은 대개 3:1, 5:3, 3:2였다. 로마시대에는 '심포지움'이란 이름으로 이어졌는데, 오늘날에는 학문적 모임이나 대규모 사업을 위한 대중 토론을 일컫는 용어로 쓰이고 있다.
15일부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관람객을 맞는 해당 전시는 총 126개 전시품으로 구성됐다. 오스트리아 빈미술사박물관과 공동기획해 2027년5월30일까지 관람객을 맞는다. 2019년부터 조성한 이집트실(2019~2022년), 세계도자실(2021~2023년), 메소포타미아실(2022년~현재)에 이어 개최하는 네 번째 세계 문명·문화 주제관 전시다.
전시는 그리스와 로마를 포괄한다. 이전까지의 전시는 그리스나 로마 중 한쪽에 집중했으나 이번 전시는 두 문화의 관계에 초점을 맞췄다. 주제는 크게 ▲신화의 세계 ▲인간의 세상 ▲그림자의 제국으로 나뉜다. '신화의 세계'에서는 신들의 모습이 그려진 그리스 도기와 토제 등잔, 로마 시대 대형 대리석 조각상, 소형 청동상 등 55점의 전시품을 통해 그리스에서 로마로 전래된 신화에 집중한다. 당시 로마 사람들은 그리스 신을 받아들이면서 자신들의 신과 비슷한 성격을 한데 짝지었고, 아폴론, 헤라클레스 등 로마에 비슷한 유형이 없는 신들은 적극 수용했다.
'인간의 세상'에서는 그리스와 로마의 독자적인 발전이 뚜렷하게 드러나는 초상 미술에 초점을 맞춰 상호 긍정 영향을 미친 두 문화 관계에 집중한다. 기원전 2세기 로마가 그리스를 점령하면서 영향받은 그리스의 신화, 철학, 문학, 조형 예술을 들여다본다.
하데스로 가는 문을 새긴 묘비 [사진제공=국립중앙박물관]
'그림자의 제국'에서는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사후관을 조명한다. 죽음이 삶의 끝이 아니라 다른 존재 형태로 전환된다고 생각하며 큰 의미를 부여했던 무덤과 장례 의식을 표현했다. 산 자들의 기억이 죽은 자의 영생으로 이어진다는 믿음으로 무덤을 길가에 세우거나, 호화롭게 만들었던 모습을 전시한다.
음악평론가, 물리학자, 패션디자이너, 사제, 배우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명사 8인의 인터뷰를 모은 영상 '나의 원픽'으로 그리스와 로마 문화가 현대에 미치는 영향을 살핀다.
전시는 무료이며 전시 설명은 7월1일부터 하루 3회(오전 11시, 오후 1시, 오후 3시) 진행한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