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주재 북한 외교관의 가족들이 최근 실종된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선 북러 항공편 재개를 앞두고 탈북을 감행한 것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7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주재 북한 외교관의 아내 김금순씨(43)와 아들 박권주군(15)이 지난 4일 실종됐다. 모자는 북한 총영사관에 파견된 무역대표부 소속 직원 박모씨의 가족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은 지난 4일 택시를 탄 뒤 총영사관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넵스카야 거리'에서 내렸고, 이후 연락이 두절됐다. 모자는 전화기를 소지하지 않은 채 극장 앞에서 내린 것으로 전해졌으며, 북한 총영사관 측은 두 사람과 연락이 닿지 않자 러시아 당국에 신고했다고 한다.
러시아 현지 언론도 전날 모자의 얼굴이 인쇄된 실종 전단을 공개하면서 두 사람의 행방이 묘연하다고 전했다. 해당 전단에는 '사람을 찾습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김씨와 박군의 나이(각각 1980년생·2008년생), 인상착의 등이 담겼다. 아울러 '두 사람은 2023년 6월4일 넵스카야 12가 주소의 북한 총영사관에서 떠났지만, 현재까지 행방불명인 상황'이라는 설명이 뒤따랐다. 전단 끝자락엔 '이들의 행방에 대한 정보를 가진 사람들은 경찰로 연락 바란다'고 안내됐다.
북측은 러시아 당국에 '실종'으로 신고했지만, 일각에선 탈북 가능성이 거론된다. 북러간 국경이 개방되기 전 탈북을 시도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달 러시아를 방문했던 강동완 동아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부산하나센터장)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직접 만난 북한 노동자들은 열악한 상황 탓에 상당히 동요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러시아에선 최근 북한의 국경이 열려 항공편이 재개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며 "그렇게 된다면 노동자나 외교관 가족들은 북한으로 들어갈 가능성이 높은데, 만약 (사라진 모자가) 탈북을 감행한 것이라면 북한을 벗어날 기회가 지금밖에 없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김정은 정권이 들어선 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강화되면서 외교관 탈북자가 심심찮게 나타나고 있다. 본국으로 송금해야 할 자금을 마련하지 못한 경우 본국의 압박을 피해 탈북을 결심한다는 것이다. 앞서 2016년 태영호 당시 영국 주재 북한 공사가 탈북한 직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와 블라디보스토크 주재 북한 무역대표부 소속 외교관 2명이 잇따라 탈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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