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액의 가상자산 투자로 파문을 일으킨 김남국 의원이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이달 14일, 민주당 내 진상조사단 관계자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고 한다. 조사단을 꾸린 뒤 진상조사의 속도가 붙지 않은 탓이다. 조사단은 밤낮으로 회의를 했지만, 조사 범위만 논의하는데 그쳤다고 한다. 성실한 조사를 받겠다고 약속한 김 의원이 코인 거래내역조차 제출하지 않고 탈당하면서다.
민주당 차원의 진상조사가 유명무실해진 사이, 국회에선 국민의힘 주도로 가상자산 전수조사 법안이 속전속결로 처리됐다. 민주당 진상조사단은 출범 전부터 소속 의원 전원을 대상으로 가상자산 전수조사를 검토했는데, 김 의원에 대한 당 일각의 비호 여론의 눈치를 보다 국민의힘에 주도권을 뺏긴 것이다.
민주당 지도부는 김남국 사태 초반부터 미온적으로 대응했다. 김 의원의 60억원대 코인투자 의혹은 처음 제기된 이후 진상조사를 이유로 김 의원에 대한 처분을 차일피일 미뤘지만, 결국 진상조사단이 구성되는데는 일주일이나 걸렸다. 지난 14일 의원총회에선 김 의원에 대한 엄정조사와 징계원칙을 확인하고도, 결의문에는 정작 의총에서 분출된 국회 윤리위원회 제소 요구는 빠지면서 당내 반발을 샀다.
민주당 지도부의 뒷북 대응은 이번뿐만이 아니다. 지난 달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이 불거졌을 당시 지도부는 "압수수색 시기가 묘하다"면서 제대로 대응하지 않았다. 사태 파악에 시간이 필요하다는 당 지도부의 설명은 핑계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지난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한국토지주택공사) 땅 투기 의혹'이 정치권을 휩쓸었을 당시 당 지도부는 즉각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연루 의원들에게 탈당을 권고하지 않았나.
여의도 정치에서 정당이 보여줘야하는 것은 굳건하게 책임을 지는 모습이다. 김 의원은 가상자산 거래를 위해 상임위원회는 물론, 이태원 참사 보고 자리에서도 코인거래를 한 정황까지 발견됐다. 정치 공격의 빌미가 되더라도 '야당 탄압'을 외치기보다 잘못을 인정하고 수습하는 모습이 필요하다. 김남국 사건에 대해 어물쩍 넘어가는 지도부의 모습은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자백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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