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의사 하루 휴진, 간호계 집단행동·단식…출구 없는 간호법 '극한 갈등'

대통령 거부권 행사 여부 촉각
찬반 양측 모두 압박 수위 높여

간호법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 요구권(거부권) 행사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면서 보건의료계 직역 간 갈등 수위가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간호법에 반대하는 의료계는 2차 부분파업 규모를 더욱 키우겠다는 계획을 밝혔고, 간호계는 집단행동 논의와 단식투쟁 등 거부권 행사를 막기 위한 압박 카드를 꺼냈다.


보건복지의료연대가 8일 기자회견을 열고 오는 11일 2차 연가투쟁 계획을 밝히며 간호법 제정 반대 구호를 외치고 있다.[사진제공=보건복지의료연대]

보건복지의료연대가 8일 기자회견을 열고 오는 11일 2차 연가투쟁 계획을 밝히며 간호법 제정 반대 구호를 외치고 있다.[사진제공=보건복지의료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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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의사협회와 대한간호조무사협회, 대한응급구조사협회 등 13개 보건의료 직역 단체가 참여하는 보건복지의료연대는 8일 오후 기자회견을 통해 오는 11일 예정된 2차 부분파업의 투쟁 계획을 밝혔다. 특히 1차 부분파업 때 참여하지 않았던 치과의사들이 하루 휴진에 나서고, 참여 간호조무사도 1만명에서 2만명으로 늘어난다. 요양보호사의 참여와 함께 의사들도 전국적 범위로 부분 단축 진료를 확대하기로 했다.

연대는 기자회견문에서 “의료·복지 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국민의 건강권이 위협받지 않는 선에서 간호법의 심각한 문제점을 알리기 위한 전국 동시 개최 2차 연가투쟁을 한다”며 “"의료협업을 저해하고 보건의료체계를 뒤흔드는 간호법을 반드시 막아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17일로 예고한 대규모 총파업에 앞서 투쟁 수위를 높인 것이라고 연대는 설명했다. 이필수 의협 회장은 “전면 파업은 하루 동안 진행할지, 2~3일간 진행할지 비상대책위원회와 논의해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당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겠다고 밝히는 등 위기감이 커진 간호계도 투쟁 수위를 높여나간다. 대한간호협회는 전 회원을 대상으로 ‘간호사 단체행동’ 의견조사에 나섰다. 간협이 꺼내든 카드는 ‘면허 반납’이다. 총 4가지 항목으로 구성된 설문에서 간협은 간호법 공포를 위한 적극적인 단체행동이 필요하다고 보는지 물은 뒤 ‘간호사 면허증 반납운동’ 진행 시 참여 여부를 물었다. 1인 1정당 가입 캠페인과 함께 다른 방법에 대한 의견도 수렴한다.


한국간호과학회와 11개 전공 간호학회 회원들이 8일 대통령실 앞에서 간호법 약속 이행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한국간호과학회와 11개 전공 간호학회 회원들이 8일 대통령실 앞에서 간호법 약속 이행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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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협은 설문 시행을 알리며 “50만 간호사와 12만 간호대학생은 국민을 볼모로 한 파업만은 절대 하지 않겠다는 간호사들의 숭고한 가치가 위협받고 있으며, 이제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면서 “간호법에 대한 거부권은 사망선고나 다름없다”고 호소했다. 단체행동과 함께 단식투쟁도 병행한다. 간협은 9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간호법 제정을 위한 단식 돌입 선언 기자회견’을 연 뒤 중구 간협회관 앞에서 대표자들이 단식에 돌입하기로 했다.

간호법을 둘러싼 직역 갈등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음에도 갈등 조정 주체가 현재로선 보이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다. 대통령이 어떤 결정을 내리든지 ‘출구 전략’이 마땅치 않다.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직접적으로 간호법 제정을 우려하며 반대 목소리를 내온 만큼 중재에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간협은 복지부의 행보를 겨냥해 “공권력을 동원해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관주 기자 leekj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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