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가 살아난다]①다시 열리는 지갑…늘어난 민간소비

한국경제는 최근 수출 성장 기여도가 크게 낮아진 반면 민간소비가 경제 성장의 주요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민간소비의 핵심인 가계소비가 증가세를 보이고 있고, 특히 미래 소비를 나타내는 '소비자심리지수' 역시 석 달째 상승하며 내수 회복을 견인할 것이란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28일 정부 부처 및 관계기관에 따르면 최근 한국은행은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전분기 대비 0.3% 성장했다. 같은 기간 무역수지 적자가 220억달러에 넘어서고 설비투자가 4.0% 감소하는 등 주요 경제지표의 악화에도 불구하고, 민간소비(0.5%)가 증가하며 한국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했다. 지난해 4분기(-0.4%) 마이너스로 돌아선 경제 성장률은 소비에 힘입어 한 분기 만에 반등한 셈이다.

[내수가 살아난다]①다시 열리는 지갑…늘어난 민간소비

엔데믹 본격화...3월 관광 지출 전년 比 22%↑

민간소비가 늘어난 배경에는 코로나19 방역 완화로 마스크 실내착용 의무가 3년만에 해제되면서 대면활동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요인이 크다. 소비 회복세는 여행 및 음식점업 등 관광소비 관련 지표에서 두드러졌다. 한국관광공사가 운영하는 한국관광 데이터랩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현지인 관광객 수는 8억3344만명으로 전년 동기(7억5180만명) 10.8%(8164만명) 증가했다. 이에 따른 관광지출액 역시 3조4780억원으로 22.7% 늘었다. 엔데믹(풍토변화)에 따른 억눌린 여행 심리가 올해 들어 본격적인 보복소비로 이어진 것이다. 지난 2월 여행 및 교통서비스 온라인 거래액이 1조8275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7697억원) 대비 2.4배 증가한 것도 같은 이유다.

백화점·대형마트 등 오프라인 유통 매출 추이에서도 소비 회복세가 확인된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집계한 지난달 국내 주요 25개 유통업계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4% 증가했는데 이는 나들이 인구가 늘면서 의복, 잡화 등 소비가 크게 늘어난 덕분이다. 주요 백화점 3사 기준 지난달 여성캐쥬얼(23.7%), 잡화(20.3%), 식품(16.2%), 여성정장(16.1%) 등 판매 호조로 전체 매출이 9.7% 증가했다. 지난달 신용카드 국내 승인액 역시 1년 전 같은 달보다 9.0% 증가했다. 우려와 달리 지난 1월(8.7%), 2월(8.1%)보다 증가 폭이 더 커진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달 방한 중국인 관광객 수는 1년 전보다 503.1% 늘었고, 국내 승용차 내수 판매량 역시 20.5% 증가했다. 고속도로 통행량과 차량연료 판매량 역시 각각 13.6%, 29.7% 확대했다.


외식업 부문의 매출도 크게 늘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외식산업 전체 월별 매출액은 지난해 12월 10조6483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시행 이전인 2019년 12월(9조8348억원)보다 8.27% 증가한 수치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지난해 12월 기준 외식업 사업체 수는 72만8283개로 3년 전보다 5.2%(3만5970개) 늘어나면서 전체 외식 시장 매출을 견인했다.

[내수가 살아난다]①다시 열리는 지갑…늘어난 민간소비

미래 소비심리 10개월만 최고치

경제활동인구 중 소비가능 인구 확대도 향후 소비 상승 요인으로 지목된다. 소비 여력이 있는 근로자가 늘어난 만큼 기업의 생산성 증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전체 취업자는 2822만30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 증가했다. 특히 취업자 중 임금근로자 비중은 지난달 기준 77.1%(2174만9000명)로 2019년 3월 대비 1.8%포인트 늘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아파트 매매거래량의 회복세 역시 소비 진작을 기대할 수 있는 요소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2909건으로 2021년 8월(4065건) 이후 1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 1분기 기준 아파트 매매거래는 총 6788건으로 2021년 3분기(1만1439건) 이후 가장 높은 거래 건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주택 시장이 반등하면 기대 소득 증가에 따른 소비 심리 개선이 이뤄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일상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미래 소비심리도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한국은행의 '4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소비자 심리지수(CCSI)는 95.1로 전월보다 3.1포인트 상승했다. 여전히 지수 기준선인 100을 밑돌아 경기를 바라보는 시각에는 긍정보다는 부정적인 측면이 높지만 절대 수치는 지난해 6월(96.7) 이후 10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민간소비 증가하자 정부도 내수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기재부가 발간한 경제동향(그린북) 3월호에서는 "내수회복 속도가 완만해지고 있다"고 했으나 4월호에선 "내수는 대면활동 중심으로 완한히 '회복'하고 있다"고 반등 시그널을 내비쳤다.

민간소비가 경제성장의 주된 동력이 된 건 최근 우리나라만의 상황은 아니다. 독일의 경우 GDP 성장률이 역성장한 2014년 이후 민간소비 회복에 힘입어 반등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현대경제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독일이 소비 회복을 가능하게 한 요인으로 임금근로자 확대와 임금상승, 부동산 시장의 호조, 저금리, 가계부채의 안정적 관리 등을 꼽았다. 저금리를 제외하고 현재 한국경제의 민간소비 증가 환경에 상당부분 상응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내수가 살아난다]①다시 열리는 지갑…늘어난 민간소비

고금리·고유가는 악재

다만 고물가 및 고금리는 소비 회복세의 주요 변수로 꼽힌다. 금리 상승으로 가계 이자상환 부담이 여전하고 전국 집값 역시 약세를 지속하면서다. 국제유가 상승도 부담이다. 사우디아라비아를 필두로 하는 오펙플러스(OPEC+) 회원국들이 세계 유가를 방어를 위해 하루 100만배럴 이상의 원유 감산하면서 물가 상승을 부추기고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등 주요 산업의 침체도 대규모 투자를 지연시키는 악재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최근 코로나 이후 본격적인 보복심리 작용으로 소비가 늘어난 가능성이 크다. 소비가 한 번 좋아지면 지속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기업의 활력이 약화하면서 자칫 고용침체가 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조금 더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이동우 기자 dw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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