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대만 문제 등을 놓고 미·중 긴장 관계가 고조되면서 미국 주식시장에 상장된 중국 기업들의 주식 가치가 이달에만 1000억 달러(약 134조 원) 이상 증발했다.
25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미 증시에 상장된 주요 중국 기업의 주가를 추종하는 '나스닥 골든 드래곤 차이나지수'는 최근 6거래일 연속 하락하며 올 4월1일부터 지금까지 10% 이상 하락했다.
이에 따라 이 지수는 지난해 10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며 이달에만 주식가치가 1000억 달러 이상 날아갔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미·중 갈등에 투자자들이 보유 주식을 매도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등 수혜 효과보다 대만 문제부터 중국의 동영상 공유 플랫폼인 틱톡 제재, 반도체 공급망 재편에 이르기까지 미·중 관계 악화에 따른 부정적인 영향이 주가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 판단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나아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르면 이달 말 중국 첨단기술 분야에 대한 미국 민간기업의 투자 제한 조치를 추가로 내놓을 예정이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이 방중 의지를 밝히는 등 미국은 대(對)중 유화 제스처도 함께 보내고 있지만, 국가안보를 거론하는 등 차곡차곡 규제 명분을 쌓고 있어 투자심리는 더욱 악화하고 있다.
기관 투자자들은 중국 주식 투자를 줄이고 있다.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의 길버트 웡 전략가는 "매수 전략만 취하는 '롱 온리(long-only)' 펀드 매니저들이 이달 중국 주식을 대거 매도했다"며 "그 결과 그들이 보유한 자산과 벤치마크(나스닥 골든 드래곤 차이나지수) 간 괴리가 더 커졌다"고 지적했다.
스위스 자산운용사인 UBP는 지정학적 위험을 거론하면서 이번 주 중국 주식에 대한 투자의견을 '비중 확대'에서 '중립'으로 하향했다. 캐나다의 온타리오 교직원 연금 역시 최근 홍콩에 있는 아시아 주식 투자팀을 단계적으로 축소한다고 밝혔다.
홍콩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 역시 주가가 부진하긴 마찬가지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홍콩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중국 본토기업 주식들로 구성된 '항셍 차이나 엔터프라이즈 인덱스'는 블룸버그 추종 벤치마크 92개 중 최근 3개월 성적이 가장 부진한 5개 중 하나로 꼽혔다.
블룸버그는 "중국의 소비 반등이 예상보다 빠른 경제활동 회복을 견인하고 있음에도 일부 투자자들은 중국 주식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을 포기한 상태"라며 "투자자들이 미·중 긴장 관계 고조로 중국 주식에 대한 비중을 줄이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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