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소비자들이 햄버거, 탄산음료, 기저귀 등 각종 제품 가격 인상에도 여전히 지갑을 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높아진 가격에도 불구하고 고객들의 발길이 이어지며 맥도날드, 펩시코, 킴벌리클라크 등 주요 유통기업들의 1분기 실적도 호조를 기록했다. 다만 업계 안팎에서는 소비자들이 수용할 수 있는 인상폭도 이제 한계에 달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2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맥도날드는 이날 1분기 실적 발표를 통해 동일 매장 매출이 12.6%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월가 전망치(8.2%)를 훨씬 웃도는 결과다. 전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 늘어난 59억달러를 기록해 시장 전망을 상회했다. 같은 기간 순이익도 18억달러로 63% 급증했다.
이는 인플레이션에 따른 비용 증가분을 상쇄하기 위해 햄버거 등 대표 제품 가격을 인상했음에도 오히려 더 많은 고객이 매장을 방문한 데 따른 결과로 분석된다. 경제매체 CNBC는 "고객 방문이 3개 분기 연속 증가했다"며 "경제 불확실성이 높은 시기일수록 맥도날드와 같은 패스트푸드 체인은 실적이 좋아지는 경향이 있다"고 전했다.
펩시코 역시 최근 가격을 13%이상 올렸음에도 불구하고 매출 호조를 기록했다. 이날 공개된 1분기 펩시코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0%이상 증가한 178억5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이에 펩시코는 올해 매출 연간성장률 전망치도 기존 6%에서 8%로 상향했다.
하기스와 크리넥스로 유명한 킴벌리클라크는 2개 분기 연속으로 제품가격을 10%이상 올렸음에도 매출, 이익 예상을 뛰어넘는 성장세를 나타냈다. 네스카페와 키캣으로 잘 알려진 네슬레 SA의 경우 10% 안팎의 가격 인상으로 판매량이 감소하긴 했으나, 시장 전망치 대비로는 선방했다. 지난주 1분기 실적을 공개한 프록터앤드갬블(P&G)도 2개 분기 연속 가격 인상을 단행했음에도 매출은 4% 증가했다고 밝혔었다.
유통 기업 외에 이날 1분기 실적을 공개한 미국의 자동차회사 제너럴모터스(GM)도 월가의 예상을 웃도는 성적표를 받았다. 1분기 매출은 전년 대비 11.1% 늘어난 399억9000만달러, 주당순이익은 2.21달러를 기록했다. 앞서 월가 전망치는 각각 389억6000만달러, 1.73달러였다. 특히 GM은 2023년 실적 전망도 기존 105~125억달러에서 110~130억달러로 상향조정했다.
폴 제이콥슨 GM 최고재무책임자는 차량 수요가 여전히 강하며 소비자들이 계속 지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1분기 미국에서 소비자들은 차량당 평균 5만달러 상당을 지출했는데 이는 1년 전 대비 1% 줄어든 수준이다.
다만 일각에선 가격 인상에 대한 경고도 나오고 있다.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고 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소비자들의 인플레이션 수용치도 서서히 한계에 달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AT&T는 지난 주 실적 발표를 통해 기업들의 정리해고와 비용 절감 여파로 무선통신 신규 수요가 줄어들고 있다고 밝혔다. 버라이즌 역시 무선통신가입자가 감소하며 매출이 줄었다고 전했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미국인들의 소매지출도 두달 연속 감소세다. 세부적으로는 차량, 가전제품, 가구 등 고가 품목의 구매 감소가 두드러진다. 전날 가전제품 제조업체 월풀은 주택판매 부진 여파로 스토브, 식기세척기 등에 대한 수요가 감소하면서 1분기 매출이 5% 줄었다고 밝혔다.
가격 인상에도 예상을 웃도는 실적을 기록한 펩시코의 휴 존스턴 재무책임자 역시 "올해 완만한 경기침체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일부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일회용 탄산음료 캔 대신 2리터 페트병을 구매하는 등 일종의 '트레이드 다운'이 목격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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