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집주인" 신상공개 등장…배드파더스 때는 어땠나

명예훼손 혐의로 처벌받을 수 있어
무고한 사람 신원 공개될 우려도

전국 각지에서 전세 사기 피해가 속출하면서 전세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은 임대인 신상을 공개하는 사이트 '나쁜 집주인'이 등장했다. 25일 현재 이 사이트에는 임대인 7명의 사진, 이름, 생년월일, 주소 등 개인정보가 공개돼 있다.


지난 2월 주택도시기금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오는 9월부터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안심 전세 앱에서 악성 임대인의 이름, 나이, 주소 등을 확인할 수 있게 됐지만, 그때까지 또 다른 피해자가 발생하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다.

문제는 개인의 신상정보를 무단으로 공개한다는 점에서 현행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유사한 선례도 있다. 미성년 자녀 양육비 미지급 부모의 신상을 공개한 '배드파더스'는 양육비 미지급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범죄자들의 개인 정보를 공개한 디지털교도소는 '웰컴투비디오', 'N번방' 등 디지털 성범죄 사건에 대한 사회적 공분이 쌓인 상황에서 일부 시민들의 큰 환영을 받았다.


[이미지출처=나쁜집주인 사이트 캡처]

[이미지출처=나쁜집주인 사이트 캡처]


하지만 법적 판단은 달랐다. 배드파더스 대표 구본창 씨는 사이트에 신상이 공개된 일부 양육비 미지급자들로부터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당해 재판에 넘겨졌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1심에서 구씨는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2심 재판부는 이를 뒤집고 벌금 100만원에 형 선고 유예를 내렸다. 구씨는 이에 불복해 현재 대법원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디지털교도소를 운영한 A씨도 2021년 12월 강력범죄자의 신상정보를 무단 공개한 혐의 등으로 징역 4년과 추징금 1890만원을 선고받았다. 그보다 앞선 2020년 9월에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신상정보 공개의 위험성을 지적하며 디지털교도소 접속 차단을 결정했다.


무고한 사람의 신원이 공개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나쁜 집주인'은 운영자가 이메일로 악성 임대인에 대한 서류와 제보를 받아 검토한 후 임대인에게 신상 공개 사실을 통보하고, 2주 뒤 홈페이지에 신상을 공개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하지만 운영자가 정부나 수사기관이 아닌 일반인이기 때문에 억울한 신상 공개 피해자가 나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앞서 2020년 7월 디지털 교도소는 동명이인인 일반인을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의 공범이라고 지목하며 개인정보를 공개했다가 정정했다. 당시 디지털교도소 측은 "재차 확인하니 잘못된 내용을 공유한 것이 파악됐다. 피해에 대한 모든 법적 책임은 제가 지도록 하겠다"고 밝히며 해당 신상정보를 사이트에서 지웠다. 하지만 이미 해당 인물의 신상정보는 온라인상에 퍼진 상황이었다.


같은 해 9월에도 디지털 교도소는 모 대학 교수가 성 착취 동영상을 구매하려 했다고 폭로했지만, 이 역시 잘못된 정보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박현주 기자 phj032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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