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지갑이 필요없어지고 있다. 요즘은 동네 마트에 나갈 때 장바구니와 휴대폰만 챙겨서 나간다. 택시나 지하철, 버스를 타고 내릴 때도 굳이 가방에 있는 지갑을 꺼내지 않아도 된다. 과거에는 집을 나설 때 가장 먼저 챙겨야 했던 물건이 지갑이었지만 이제는 지갑 대신 휴대폰을 챙긴다. 신용카드의 보급으로 동전과 지폐로 무겁고 두툼한 지갑에서 벗어나 얇고 가벼운 카드지갑만 소지하면 되게 됐고 이제는 휴대폰을 통한 간편결제가 보편화되면서 카드지갑마저도 필요없게 됐다.
최근 국내에 애플페이가 도입되면서 지갑의 퇴장은 한층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페이 독주 속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아이폰 유저들이 지갑을 버리고 속속 애플페이를 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애플페이 도입을 학수고대하던 아이폰 유저와 트렌드에 민감한 젊은 세대들이 앞다퉈 애플페이 사용에 나서면서 초반 존재감을 각인시키는 데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애플페이 가입자는 출시 3주 만에 200만명을 돌파했다. 애플페이 효과에 현대카드의 신규 회원수는 3월에만 20만명 이상 늘어났다. 애플페이는 현재 국내에서 현대카드를 통해서만 사용이 가능하다.
특히 결제 속도가 애플페이의 강점으로 꼽힌다. 애플페이는 근거리무선통신(NFC) 방식으로 단말기 근처만 가도 결제가 돼 결제에 걸리는 체감시간이 채 1초도 되지 않는다. 또한 암호화된 토큰을 기기 내부 보안칩에 저장하기 때문에 인터넷 연결 없이도 사용할 수 있다. 애플워치를 통해서 사용이 가능하다는 점도 장점이다. 통화 중이거나 휴대폰을 다른 용도로 사용 중일 때 애플워치만 갖다 대면 결제를 할 수 있다.
애플페이라는 ‘메기’의 등장에 간편결제 시장은 합종연횡이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강력한 경쟁자에 대응하기 위해 삼성페이와 네이버페이가 손을 잡았다. 서비스 연동을 통해 삼성페이 결제가 가능한 오프라인 가맹점에서 네이버페이로도 결제가 가능하도록 했다. 또한 네이버페이는 앱에서 삼성페이로 일정 금액 이상 결제할 시 포인트 적립 혜택을 제공했다. 애플페이가 해외 사용에 강점을 가지고 있는 점을 감안해 카카오페이는 해외 역량 강화에 나섰다. 일본과 중국 업체와의 제휴를 통해 국내 사용자가 해외에서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애플페이가 뜨거운 관심 속에 기분 좋게 출발했지만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그동안 국내에서는 애플페이가 채택한 NFC 결제 방식의 경우 결제 단말기가 많이 보급돼 있지 않았다. 애플페이 국내 출시와 함께 약 120개 브랜드가 전용 단말기를 도입했지만 아직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교통카드도 되지 않는다. 이용할 수 있는 곳보다 이용하지 못하는 곳이 많다는 점은 애플페이에는 치명적인 약점이 될 수밖에 없다. 처음에 호기심과 기대감으로 접근했던 사용자들도 불편함을 느끼기 시작하는 순간 등을 돌릴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애플페이는 초반의 성공에 도취되기 보다는 불편함을 개선하는 데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
신속함과 편리함으로 인해 간편결제 시장은 매년 급성장하고 있다.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는 상황에서 서비스 제공업체들은 시장점유율 확보를 위해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하다. 업체들의 경쟁은 소비자 입장에서는 긍정적이다. 선택권이 넓어지고 누릴 수 있는 혜택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갈수록 치열해질 페이 경쟁 속에서 소비자들의 편의성이 더 강화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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