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범죄가 폭증하면서 증거물을 정확하게 감정하는 역할을 하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업무량이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국과수의 마약 감정 인력은 소폭 늘어나는 데 그치고 있어 신속한 검사가 어려운 실정이다. 특히 국내에 여러 물질이 섞인 마약류가 급속하게 확산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8일 국과수에 따르면 지난해 1인당 마약 감정은 총 4686건으로 2015년(1808건) 대비 3배가량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체 감정량은 2만3506건에서 8만9033건으로 많아졌다.
국과수 관계자는 "MZ세대(1980~1990년대생)의 등장 등 마약에 대한 관용성 증가 등이 감정량 증가의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국과수가 검출 대상으로 하는 주요 마약류는 암페타민류, 대마 성분, 아편알칼로이드로서 모르핀, 코카인 등이다.
그러나 마약 감정 인력 증원은 이를 뒤따르지 못하고 있다. 마약 감정 인력은 올해 기준 20명에 불과하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마약범죄가 꾸준히 증가했지만 인력 증원은 지난해 2명, 올해 4명이 전부다. 비대면 거래의 영향으로 연간 8000명대였던 마약사범은 2019~2021년 사이 연간 1만명 수준을 기록했다.
국과수 내에 마약 감정 전담부서가 없어 통합 대응체계 운영과 감정기법 개발 등 중장기 종합대책 수립도 어렵다. 과거 연평균 4건 수준이었던 국과수의 마약 관련 연구논문이 2015년 이후 1건으로 줄어든 것도 국과수의 마약 대응에 대한 한계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국내 토착 마약이 크게 늘어나고 있지만 이에 대한 대응도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토착 마약은 필로폰, 대마 등의 특정 마약류가 지역 내에 자리를 잡는 것을 말한다. 아울러 합성대마가 빠르게 확산해 여러 물질이 섞인 마약류를 검증할 수 있는 분석기법을 마련해야 하지만 국과수 대응은 한발 늦다. 국과수 관계자는 "최근에는 여러 물질이 섞여 있는 합성대마가 검출되는 경우가 많다"며 "유행처럼 계속 마약류 형태가 변해 분석법이 따라가질 못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마약사범을 단속·검거하는 경찰로서는 유통·제조책 등을 소탕하기 위해 국과수 감정 기간이 최대한 짧아져야 한다. 경찰 관계자는 "간이시약 검사에서는 음성이 나왔지만 국과수 정밀 감정에서는 양성이 나오는 경우가 많다"며 "수사 초기 단계에 마약사범을 가려내 연결고리를 찾아내면 조직 검거가 가능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도 마약 범죄가 점점 대중화하는 분위기임을 고려했을 때 마약류 감정 인원을 늘려 빠른 분석과 연구가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국과수 감정 시간이 오래 걸리면 피의자들이 증거를 인멸하거나 추가범죄를 발생시킬 가능성이 더욱 커진다"며 "마약범죄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고, 분석을 정교하게 할 수 있는 연구도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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