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 표적된 코인]①'코인 열풍'이 '사기 역풍'으로…기술 빠진 수익성 추구 문제

코인 사기, 연 100건 이상 검거돼
2021년부터는 피해금 1조원 넘어
기술보다 수익성 초점 둔 사기 방식

A씨는 부자가 되는 꿈을 잠깐 꿨다. 지인 B씨로부터 상장을 앞두고 있다는 새로운 가상화폐 3종을 소개받았다. 단순한 가상화폐 사업과는 달라 보였다. A씨는 사업설명회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해당 가상화폐가 상장하지 않거나 시세가 떨어져도 원금을 보장해준다"고 보장받았다. 이 설명을 믿은 A씨를 비롯해 투자자 10여명은 B씨에게 20억원을 전달했다. 하지만 가상화폐 상장 일자는 계속 변경됐고 시세는 하염없이 떨어졌다. 그뿐 아니라 약속한 가상화폐조차 받지 못했다. 결국 A씨 등 10여명은 B에 대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해당 사건은 지난해 10월 검찰로 송치됐다. A씨는 “유명 권투 선수의 이름을 딴 가상화폐라 사업성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아무나 발행할 수 있는 게 가상화폐였다는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고 말했다.


[사기 표적된 코인]①'코인 열풍'이 '사기 역풍'으로…기술 빠진 수익성 추구 문제

2017년 비트코인 시세 급등으로 인해 불었던 가상자산(코인) 투자 광풍이 '코인 사기' 역풍으로 돌아오고 있다. 특히 폰지 사기(다단계 금융사기), 기획 부동산 사기 등 다른 분야에서 이미 횡행하는 수법을 그대로 벤치마킹한 코인 사기는 이미 한국 사회에 뿌리를 깊게 박았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코인 등 가상자산 관련 불법행위 검거 건수는 2019년(103건, 검거 인원 289명), 2020년(333건, 560명), 2021년(235건, 862명), 2022년(108건, 285명) 등 매년 100~300건 이상을 기록한다. 지난 2021년부터는 피해 금액이 1조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피해 금액은 1조192억원, 한 해 전이 2021년은 3조1282억원이었다.


1조원대 넘어선 가상화폐 사기 피해액…전형적 다단계 형식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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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로 이어지는 가상화폐는 블록체인 등 기술보다 수익성에만 초점을 두고 투자자를 모으는 특징이 있다. 지난 1월 대법원에서 징역 25년을 확정받은 가상화폐 거래소 '브이글로벌' 이 모 대표 사건도 마찬가지다. 브이글로벌은 가상화폐 거래소를 만들고 ‘브이캐시’라는 가상화폐를 발행했다. 특별한 기술력 없이 브이캐시에 투자하면 300% 수익을 보장한다는 장밋빛 홍보가 가장 먼저였다.


이뿐 아니라 “다른 회원을 모집하면 소개비를 주겠다” 등 무늬만 코인일 뿐 전형적인 불법 다단계 사기 형식을 보였다. 수사 결과, 브이글로벌은 새로운 투자자가 입금하면 그 돈을 기존 투자자에게 돌려주는 폰지 사기였다. 이 대표와 함께 기소된 운영진 3명은 최소 4년에서 최대 14년의 징역형이 확정됐다.

코인과 관련한 범행에 대처하는 법령이 없어서 피해가 발생해도 속수무책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코인 투자자 보호 관련 입법안은 2년째 국회 정무위원회에 묶여 있다. 국회 정무위는 지난달 28일 가상 화폐 관련된 18건에 대한 첫 법안 심사 소위를 열었다.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이용우 의원이 2021년 5월 ‘가상자산업’ 법을 처음 발의한 지 22개월 만이다. 하지만 18건의 가상자산 관련 법률 제정안은 저마다 내용이 천차만별인데다, 정무위원마다 이견이 많아 이날 법안심사 소위에서도 제대로 된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사기 표적된 코인]①'코인 열풍'이 '사기 역풍'으로…기술 빠진 수익성 추구 문제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가상화폐 시장은 시장 전체가 다단계 구조여서 사기 등을 초기에 포착하는 것이 어렵다"며 "사실상 계획밖에 없는 백서를 가져와서 투자자를 모집하는데 코인 업계는 이를 당연하게 여기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홍 교수는 이어 "현행 자본시장법으로 규제하거나 이에 준하는 법률을 제정할 필요가 있다"며 "코인 사기 행위를 사전에 막는 것과 함께 사후 처벌을 강화해 가상화폐를 만든 사람뿐만 아니라 시세조종 등 관련자들도 처벌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서율 기자 chest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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