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티그룹, JP모건, 웰스파고 등 미국 대형 은행들이 올해 1분기 실적 발표를 앞둔 가운데 월가가 은행권의 수익 전망치를 하향조정하고 있다고 1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 후 은행들의 대출 축소에, 미 국채 투자손실 확대 등이 겹치며 이익을 제한할 것이란 전망이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모건스탠리는 최근 미국 대형은행 13곳의 올해 주당 이익 전망치를 종전 대비 4% 하향했다. 내년 이익 전망치는 종전 대비 15% 내렸다.
중형은행의 이익이 더 악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모건스탠리는 중형은행의 2023년과 2024년 주당 이익 전망치를 각각 17%, 27% 하향 조정했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인 에버코어 ISI는 지난주 투자자 메모에서 "이번 어닝시즌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중형은행에 가장 도전적인 시기가 될 것"이라며 "너무 많은 것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고, 잠재적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은행 수익 악화의 주요 원인으로는 SVB 사태 이후 가시화되는 대출 공급 축소가 꼽힌다. 유동성 위기에 처한 은행들이 대출을 죄고 있는 것이다. 가계와 기업의 신용경색 조짐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미국 뉴욕 연방준비은행 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 대출을 받기 어려워졌다고 응답한 가계의 비율이 2013년 조사를 시작한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모건스탠리는 대형은행의 순이자마진(NIM)은 종전 예상 대비 0.5%, 중형은행은 0.5% 낮아질 것으로 봤다.
은행이 낮은 비용으로 자금을 조달했던 수단인 예금이 SVB 파산 사태 후 가파르게 이탈하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연방준비제도(Fed)에 따르면 3월 한달간 미국 은행에서 3120억 달러의 예금이 유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내 자산 상위 25개 은행엔 180억 달러가 들어왔지만, 그 외의 중소형 은행에선 2120억 달러가 유출됐다. 규모가 작은 은행들은 예금 반환 자금 마련을 위해 손실을 감수하고 코로나19 기간 대거 투자한 미 국채를 내다 팔아야 하는 상황이다.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말 은행들이 투자한 채권의 미실현손실만 6200억 달러에 달했다.
은행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주주 배당 역시 줄어들 것으로 관측된다.
WSJ는 "예금 이탈은 최근 몇년간 은행 수익성을 높여 온 저비용 자금을 고갈시킴으로써 대형은행보다 소형은행에 큰 타격을 입히고 있다"면서 "앞으로 예상되는 대출 축소가 은행 수익성을 더 악화시키고 채권 포트폴리오의 장부상 손실이 주주 환원을 제한할 수 있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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