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보당국의 도·감청 의혹을 담은 문건에 대해 대통령실이 "해당 문건의 상당수가 위조됐다"고 한 것과 관련, 야당이 "글로벌 호구"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는 가운데 여당 내에서도 대통령실의 대처를 비판하며 "자체 조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11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우리 정부는 미 정부의 설명만 들을 게 아니라, 실제로 미국의 도청은 없었는지, 용산 대통령실의 정보 보안은 어떤 수준으로 지켜지고 있는지를 자체적으로 명백히 조사해 밝혀야 한다"며 "공개된 정보가 위조되었다거나 대통령실의 정보 보안은 확실하다는 막연한 설명만으로는 국민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분명히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대통령실의 대응을 비판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안 의원이 대통령실 관련 비판을 올린 것은 한 달여만이다. 그는 지난달 7일 SNS를 통해 '대통령실의 전당대회 개입 의혹'을 제기한 기사를 공유하기도 했지만, 전당대회가 끝난 뒤에는 지역구 및 의정활동 관련 내용만을 SNS로 공유해 왔다. 안 의원은 "한미동맹을 더욱 단단히 만들기 위해서도 의혹은 확실히 해소되어야 한다"며 "한미동맹의 근본인 상호 신뢰를 위해서도, 우리 정부는 철저하게 조사해서 문제가 발견되면 확실히 제기하고 재발 방지 약속을 받아내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날 오전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미국 국빈 방문 일정 조율을 위해 방미길에 오르기 직전 인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공개된 정보 상당수가 위조됐다는 데 한미의 평가가 일치한다"고 밝혔고, 대통령실 역시 "도·감청 의혹은 터무니없는 거짓 의혹임을 명백히 밝힌다"고 했다.
하지만 이를 두고 야당의 비판이 줄을 이었다. 도·감청 의혹을 확인하기보다 지나치게 미국 측 입장만 들어준 것 아니냐는 이유에서다.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사실관계 교묘하게 틀어 넘어가려는 수법"이라며 "설사 미국이 아니라고 우겨도 피해국가에서 쉽게 동의하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정상회담을 취소하는 한이 있더라도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며 "적어도 이런 논란만이라도 국익을 우선하는 대통령의 모습을 보고 싶다"고 했다.
같은 당 이경 상근부대변인도 SNS서 "이러니, '글로벌 호구'라는 비난을 받는 것"이라며 "미국에서 해당 문건을 어떻게 입수를 했는지 따져야 하는 것이 국가리더의 역할"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메르켈 독일 총리는 이와 같은 일이 발생했을 당시,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바로 전화로 항의하고 사과를 받았다. 주독 미 대사를 초치해 항의했으며, 동맹국 38국 주미 대사관을 미국이 도청해왔다고 폭로했다. 독일 검찰은 미 정보요원들을 수사했습니다"며 "국민 주권이 우선이라면, 당연한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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