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선 한국지식재산보호원 원장/사진=허영한 기자 younghan@
특허청 산하 한국지식재산보호원은 올해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온라인 플랫폼을 중심으로 해외 100개국에서 K-브랜드 보호에 나선다. K-브랜드 위조상품으로 인한 국내 산업 피해는 한해 22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용선 한국지식재산보호원 원장은 최근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동남아 등으로 한류붐이 확대되면서 우리 기업의 상품과 콘텐츠 등 K-브랜드를 위조한 위조상품이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김 원장은 이른바 'K-브랜드 짝퉁'으로 인한 국내 산업 피해가 한해 22조원에 이르고 3만2000여개의 일자리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짝퉁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온라인 유통망이 발달하면서 위조·모방 상품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김 원장은 OECD 발표를 인용해 "글로벌 시장에서 위조상품 무역 규모가 해마다 늘어 2019년 기준으로 4640억달러(541조원)에 달하는 데 이는 전 세계 반도체 시장 규모(4123억달러)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마치 '두더지 게임'처럼 온라인상에서 쉴새 없이 튀어나오는 짝퉁 상품을 근절하기 위해 AI를 적극 활용할 생각이다.
김 원장은 "그동안 재택 모니터링단을 운영해 수작업으로 단속했지만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면서 "우수 AI 기술을 보유한 민간업체 6곳과 협력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상표에 숨겨진 표식과 특징, 판매 품목 등을 AI에 학습시키면 효율적으로 가품을 잡아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온라인 위조상품 모니터링 범위도 넓어진다. 지난해 전 세계 8개국, 19개 플랫폼에서 했던 것을 올해는 100개국, 1000개 플랫폼에서 진행할 계획이다. 지난해 한국지식재산보호원은 국내에서 20만6000건, 해외에서 25만건의 위조상품 게시물을 삭제해 총 4조원의 경제적 피해를 막았다.
이인실 특허청장(왼쪽에서 두번째)은 지난 2월1일 특허청 서울사무소에서 산업재산권 분쟁조정위 우수조정위원 표창 수여식을 개최했다. 이번 포상은 분쟁조정제도 발전에 기여한 조정위원을 격려하고 자긍심을 고취하기 위해 마련됐다.[사진=특허청]
한국지식재산보호원은 무단 선점된 상표에 대해 이의신청, 무효심판 등 대응 전략을 제공해 우리 기업이 K-브랜드를 되찾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김 원장은 "기업에서도 지식재산권 보호가 경쟁력의 원천이 되고 있는 만큼 브랜드 보호와 위조상품 유통 예방을 위한 관심과 투자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가품 적발 활동뿐만 아니라 타인의 지식재산을 보호하고 제값을 주고 사용한다는 인식과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매년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에서 실시하는 국가경쟁력 평가 항목 중에서 '지식재산권 보호' 순위를 높이는 일도 시급한 과제다. 지난해 63개국을 대상으로 조사를 한 결과 우리나라의 지식재산권 보호 순위는 37위로 중국(36위)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는 다국적기업의 투자입지 선택 등에 활용되는데, 다른 평가항목에 비해 지재권 보호 순위가 턱없이 낮아 한국의 국가경쟁력 종합 순위를 떨어뜨리고 있다. 우리나라는 특허출원 세계 4위이자 지식재산 선진 5개국인 IP5의 일원이다. 그러나 이러한 조사 결과는 지식재산권 창출에 비해 '보호' 측면이 상대적으로 소홀했다는 지적을 방증한다.
김 원장은 "정부의 국정과제인 '지식재산 보호 강화'를 적극 이행하고 IP5 국가의 일원으로서 국격에 맞게 지식재산 보호 수준을 높일 것"이라며 "이를 위해 특허청 등 정부부처, 유관기관과 긴밀히 협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원장이 취임 후 가장 먼저 한 일은 서울중앙지법과의 업무협약이었다. 법원에 접수된 사건 가운데 지식재산 전문성이 필요한 사건은 '산업재산권 분쟁조정위원회'로 연결시킬 수 있도록 한 것이다. 60여명의 분쟁조정위원은 각 분야의 기술과 법을 아는 변호사, 변리사로 구성돼있다.
분쟁조정위를 통해 분쟁을 조기에 끝내면 소송에 들이는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고, 당사자 간 상호 합의로 사업 관계를 지속하는 효과도 있다. 김 원장은 "기술 탈취나 지식재산권 분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스타트업은 분쟁조정위를 적극 활용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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