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점에 굳이?" 美 개미들, 주식 매수 '시들'

미국 개인투자자 주식매수, 3월 둔화세
현금 보유나 고금리 예금·MMF로 이동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 이후 개미(개인투자자)들의 주식 매수가 둔화됐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주식 대신 현금을 보유하거나 고수익 예금, 머니마켓펀드(MMF) 등 새로운 투자처를 찾는 투자자들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2일(현지시간) 시장조사업체 반다 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2월 개인투자자의 주식 순매수액은 2014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지만 한 달만인 3월 급격히 줄었다. 지난달 주식 순매수가 2020년 10월래 최저 수준이란 게 반다 리서치의 설명이다.

개인투자자의 미국 주식 순매수는 지난달 30일로 끝나는 10거래일 동안 89억 달러(약 11조7000억 원)를 기록했다. 이는 주식 순매수가 최대치를 기록했던 2월16일 마감 전 10거래일 간 매수대금인 170억 달러(약 22조4000억 원)의 절반에 그치는 수준이다.


마코 이치니 반다리서치 부사장은 "개인투자자들이 엑셀에서 발을 떼기 시작했다"며 "(주식 매수는) 지속가능하지 않았다. 확신이 흔들리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개인투자자의 투심 악화 배경으로는 지난달 초 발생한 SVB 파산 사태를 꼽을 수 있다. SVB 사태가 빠르게 수습되긴 했지만 스위스 은행인 크레디트스위스(CS)의 붕괴가 현실화하는 등 글로벌 은행 도미노 파산 우려는 여전히 가시지 않았다.

실제로 미국개인투자자협회(AAII) 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 주식시장 하락을 점친 투자자 비중은 지난해 12월래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금융권 위기가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상 중단 시점을 앞당길 수 있다는 관측에도 일부 투자자들은 경기침체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것이다.


투자자들의 주식 매수 열기가 차갑게 식으면서 펀드 매니저들의 포트폴리오에서 주식 비중도 줄어들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가 지난달 글로벌 펀드 매니저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투자자들의 44%가 미국 주식 투자를 축소하면서 포트폴리오에서 미국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은 18개월래 최저치로 떨어졌다.


반면 투자자들은 현금을 보유하거나 금리가 높은 예금, MMF와 같은 단기금융상품, 단기 국채 등으로 자금을 이동시키고 있다. 인베스트먼트 컴퍼니 인스티튜트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미국 소매 MMF에는 올 들어 총 1960억 달러(약 258조 원)의 자금이 유입됐다. 이 회사가 2007년 조사를 시작한 이후 1분기 자금 유입 기준으로는 가장 큰 규모다.


피츠버그에 사는 57세의 목사 피트 스미스 씨는 6개월 전부터 고수익 계좌와 단기금융상품, 단기 국채 등에 투자하고 있다. 그는 "시장이 어디로 갈지 불확실성이 크다"며 "머니마켓 계좌나 단기 국채에 투자해 동일한 배당금을 받을 수 있는데 이 시점에서 주식을 보유해 추가로 위험을 짊어질 이유가 있겠느냐"고 했다.


애틀랜타에서 건설 엔지니어로 근무중인 28세의 가렛 퓰러 씨도 "경기에 대한 우려로 지난달 증권 계좌에서 보유 주식 20%를 매도했다"며 "현금은 수익률 4%가 넘는 머니마켓 계좌에 넣었다"고 밝혔다. 이어 "큰 상승은 놓칠 수 있지만 안전한 포지션을 원했다"며 "향후 1년 또는 1년 반 동안 경기 전망이 그다지 좋지 않을 걸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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