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투약 비용이 4억~5억원에 달하는 고가 의약품 ‘솔리리스(성분명 에쿨리주맙)’의 특허 만료가 다가오면서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시장 개장도 임박했다. 이에 최초의 바이오시밀러 타이틀을 두고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암젠이 선점 경쟁을 벌이고 있다.
알렉시온의 발작성야간혈색소뇨증(PNH) 치료제 '솔리리스'
3일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따르면 솔리리스의 바이오시밀러로 개발 중인 '에피스클리(Epysqli, 개발명 SB12)'가 최근 유럽의약품청(EMA) 산하 약물 사용 자문위원회(CHMP)로부터 판매 허가 긍정의견을 획득했다. 이후 통상 2~3개월 걸리는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EC)의 최종 검토를 거치면 공식 판매 허가를 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 지난해 7월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에도 품목허가를 신청하고 절차를 진행 중이다.
에피스클리는 삼성바이오에피스가 혈액학 분야에서 처음으로 개발한 제품이자 7번째로 승인을 받을 것으로 전망되는 바이오시밀러다. 기존의 자가면역질환·항암·안과 질환 치료제에 이어 혈액학 분야까지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할 수 있게 됐다는 설명이다.
솔리리스는 미국 알렉시온(Alexion)이 개발한 난치성 희귀 혈액질환 치료제다. 혈액 내 적혈구 파괴로 발병하는 발작성 야간 혈색소뇨증(PNH)이 핵심 적응증으로 비정형 용혈성 요독증후군(aHUS), 전신 중증 근무력증(gMG) 등에도 쓰인다. 다만 PNH를 완치할 수 있는 방법은 현재 골수 이식뿐이다. 솔리리스는 병을 더 악화시키지 않게 하는 약품이라 지속해서 약을 투여받아야만 한다. 이에 연간 치료 비용이 4~5억원에 달하는 실정이다.
이 같은 상황에 힘입어 솔리리스는 지난해 글로벌 매출이 37억6200만달러(약 5조원)에 달하는 블록버스터 의약품으로 성장했다. 이러한 성장세는 2020년 아스트라제네카가 390억달러(약 51조원)라는 대규모 인수합병(M&A) 금액으로 알렉시온을 인수한 원동력으로 평가받기도 한다.
삼성바이오에피스 관계자는 “에피스클리는 초고가 바이오의약품의 환자 접근성 개선을 가능케 함으로써 바이오시밀러 개발의 본질적 의미를 실현할 수 있는 의약품”이라며 “희귀질환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에게 더 많은 치료 기회를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통상 바이오시밀러의 약가는 오리지널 대비 30~40% 가량 낮게 형성되는 만큼 이를 통해 환자들의 비용 부담을 크게 줄인다는 구상인 셈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실제로 환자들의 약값 부담을 고려해 임상 참여 환자들에게 최대 2년간 에피스클리를 무상 제공하는 연장 공급도 진행하기도 했다.
인천 송도 삼성바이오에피스 사옥 전경 [사진제공=삼성바이오에피스]
에피스클리의 가장 큰 경쟁자로 꼽히는 건 암젠의 '베켐브(개발명 ABP959)'다. 미국·영국 등 14개국에서 42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을 마치고 앞서 CHMP의 승인 권고를 받았다. 2021년 10월 임상을 끝낸 에피스클리보다 9개월가량 늦게 임상을 끝냈음에도 승인에는 보다 속도를 내면서 '최초의 솔리리스 시밀러' 타이틀 경쟁이 고조되는 모습이다.
두 회사의 출시 전략도 다르다. 암젠이 알렉시온과 특허 합의를 통해 2025년 미국 출시를 예고하고 있다면 삼성바이오에피스는 특허 심판을 통한 패스트 무브 전략에 나섰다. 지난 2월 국내 특허심판원이 솔리리스의 용혈성 질환 치료법에 대한 특허 무효 결정을 내리면서 일단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해당 특허의 만료 시점이 2025년 2월이었던 만큼 국내 허가를 받을 경우 출시 시기를 대폭 앞당길 수 있게 됐다.
한편 오리지널 개발사인 알렉시온은 편의성은 높이고 약값은 낮춘 '울토미리스(성분명 라불리주맙)'을 통한 점유율 수성에 나서고 있다. 병당 가격은 더 비싸지만 투약 주기가 솔리리스의 2주 대비 월등히 긴 8주여서 연간 투약 비용은 울토미리스가 오히려 약 30%가량 낮다. 이에 연간 30~50%에 달하는 매출 신장을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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