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은 2일(현지시간)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의 전화 통화에서 러시아가 냉전 시대 이후 처음으로 미국인 기자를 간첩 혐의로 구금한 것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전달하고 “즉각 석방하라”고 촉구했다.
국무부에 따르면 블링컨 장관은 이날 라브로프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러시아의 용납할 수 없는 구금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전달했다. 앞서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은 지난달 30일 월스트리트저널(WSJ) 소속 모스크바지국 특파원인 에반 게르시코비치(32)를 간첩 혐의로 구금한 상태다.
블링컨 장관은 게르시코비치의 즉각적인 석방을 요청하는 한편, 러시아에 구금된 미 해병대원 출신 기업 보안 책임자 폴 휠런도 석방할 것을 요구했다. 아울러 라브로프 장관과 외교 공관이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소속 모스크바지국 특파원 에반 게르시코비치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러시아 외무부는 성명을 통해 이날 통화에서 라브로프 장관이 "게르시코비치는 국가 기밀 데이터에 해당하는 비밀 정보를 수집하려다 현행범으로 체포됐다"며 "불법 활동 사실에 따라 그의 운명은 법원이 결정할 것"이라고 답했다고 전했다. 또한 미국과 서방 언론이 이번 사건을 두고 정치적 색깔을 입히려는 분명한 의도를 갖고 선동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고 확인했다. 러시아측은 정해진 절차에 따라 게르시코비치를 구금하고 이 사실을 모스크바 주재 미국 대사관에 통보했다는 입장이다.
반면 엠마 터커 WSJ 편집장은 이날 CBS에 출연해 "에반(게르시코비치)은 현재 러시아에 있는 것이 어떤 것인지에 대한 목격담을 독자들에게 제공하기 위해 현장에서 리포트해왔다"며 "그의 체포는 완전히 격분할만한 것이며 러시아 당국의 주장은 완전히 터무니없다"고 밝혔다. WSJ측은 소속 변호사들이 오는 4일 게르시코비치를 만날 예정이지만, 통상 러시아당국은 이런 상황에서 변호사 방문을 연기하거나 취소해왔다고 우려했다. 미국인 기자가 러시아 당국에 간첩 혐의로 체포된 것은 1986년 이후 처음이다.
지난해 러시아에 수감됐다 풀려난 미국 여자 프로농구 스타 브리트니 그라이너는 전날 SNS에 "우리는 우리가 가진 모든 힘을 사용해 그를 비롯한 모든 미국인을 집으로 데려와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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