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적자 늪' 공기업, 요금 인상만이 살 길

[논단]'적자 늪' 공기업, 요금 인상만이 살 길

정부·여당이 전기·가스요금 인상 계획을 잠정 보류했다. 불안한 물가에 대한 우려보다 급격하게 추락하고 있는 당정의 지지율을 고려한 정치적 결정이었다는 것이 일반적 해석이다. 올해 들어 원유·천연가스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는 데에 한 가닥 기대를 거는 모양이지만 상황은 절대 녹록지 않다. 한국전력과 가스공사가 모두 깊은 적자의 늪에 빠져있다. 특히 한전은 단순한 적자가 아니라 심각한 자본잠식을 걱정하고 있다.


정부·여당이 한전·가스공사에게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요구하고 있다. 당연한 요구다. 에너지 공기업이 뼈를 ‘깎는’ 정도가 아니라 ‘잘라내는’ 수준의 구조조정을 밀어붙여야 한다. 한전과 자회사 임원들의 외유성 해외 출장과 같은 낯 뜨거운 도덕적 해이는 절대 용납할 수 없다. 영혼을 버리고 망국적인 탈원전에 앞장섰던 경우에나 가능한 일탈이다.

한 푼이 아쉬운 한전의 지원으로 교수·학생들이 돈 잔치를 벌이고 있는 한전공대도 확실하게 처분해야 한다. 에너지 전문인력의 양성은 한전공사법에 명시된 한전의 사업 영역이 아니다. 융·복합이 대세인 21세기에 ‘에너지 대학’이 정상적으로 생존할 가능성도 없다. 한전공대가 지방대의 소멸을 더욱 부추기고 있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에너지 정책을 총괄하고 있는 산업통상자원부의 혁명적인 개혁이 더 절실하다. 지난 정부의 탈원전에 적극적으로 앞장섰던 과오를 확실하게 반성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 나물에 그 밥으로 끝나버린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산업부의 절망적인 현실이 고스란히 반영된 것이다. 10년 전의 휘발유·경유 원가 공개나 만지작거리는 산업부에서는 미래에 대한 희망을 찾아볼 수 없다.


우리의 에너지 정책이 국제 동향에 극도로 취약하게 된 것은 탈원전 때문이다. 야당은 탈원전의 책임에서 절대 자유로울 수가 없다. 본격적인 탈원전을 시도한 적이 없다는 궤변을 고집할 상황이 아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정부·여당과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한다. 당장 다음 주부터 가동이 중단되는 고리2호기를 되살려내는 일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고리3·4호기, 한빛1·2호기, 월성2호기의 가동중단도 걱정해야 한다. 지난 정부가 의도적으로 포기해버린 계속운전 절차를 최대한 서두르는 일이 가장 시급하다. 한가하게 3년6개월을 기다릴 수 있는 여유가 없다. 물론 안전을 포기할 수는 없는 일이다. 급할수록 돌아가는 지혜도 필요하다. 그러나 서류를 작성·검토·심의·의결하는 행정절차의 기간은 최대한 줄여야 한다.

가동중단 원전의 전력 생산을 대체하기 위한 3조원의 추가 비용만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다. 안정적인 전력 수급에 심각한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다. 이미 전체 발전 설비용량의 20%를 훌쩍 넘어선 태양광·풍력이 안정적인 전력수급을 어렵게 만들고 있는 형편이다. 올여름의 기록적인 폭염도 심각하게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물론 요금 인상은 국민에게 몹시 고통스러운 일이다. 그런데 전력·가스의 공급에 문제가 생기면 국민이 감당해야 하는 고통은 훨씬 더 커진다. 지금 당장 어렵더라도 요금 인상의 고통을 견뎌낼 수밖에 없다. 삼척동자도 알고 있는 진실이다. 다른 꼼수가 있을 것이라는 어설픈 기대와 착각은 확실하게 버려야 한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