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재정추계전문위원회가 지난 31일 ‘제5차 국민연금 재정추계 결과’를 발표했다. 추계결과에는 기본가정과 함께 다양한 미래 상황을 반영하기 위한 시나리오가 담겼다. 합계출산율이 0.98명으로 가장 낮은 ‘초저출산’ 시나리오가 최악인데,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0.78명이라는 걸 감안하면 '초저출산'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럴 경우 국민연금은 2050년에 고갈된다. 그러면 어떻게 될까. 현재는 쌓아둔 기금을 운용해 국민연금을 지급하지만, 고갈되면 경제활동을 하는 사람들로부터 국민연금 보험료를 거둬서 그대로 은퇴한 사람들에게 지급해야 한다.
추계 결과에 따르면, 이같은 부과방식으로 할 경우 현재 18%인 보험료율이 2060년 34.3%, 2070년 42.0%, 2093년 42.1%로 급등한다. 2070년이면 개인 입장에서는 월급의 21%를 국민연금 보험료로 내야 하고, 회사도 그만큼을 내야 한다. 현재 개인은 9%만 내고 있다.
이건 가정일 뿐이다. 국민연금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이런 부과방식의 시나리오는 상상조차 하지 않는다. 그 전에 더 내거나 또는 덜 받는 방식의 연금개혁을 실행해야 한다고 본다.
그러나 연금개혁이 가능할까.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연금특위) 산하 민간자문위원회가 연금개혁안 초안 대신 그동안의 논의 내용을 백화점식으로 정리한 수준의 경과보고서를 지난 29일 국회에 제출했다. 보고서에는 국민들이 국민연금에서 ‘지금보다 돈을 얼마나 더 내야 하는지(보험료율)’ ‘지금과 비교해 얼마를 받아야 할지(소득대체율)’에 대한 구체적인 그림 없이 “추가로 논의해야 한다”는 내용만 담겼다.
16인의 연금 전문가가 넉 달 넘게 머리를 맞댔지만 결론 없이 정치권에 공을 넘긴 것이다. 정치권은 결정을 할 수 있을까. 연금 보험료를 더 내라고 하는 건 국민의 공분을 사기 때문에 그 누구도 그런 얘기를 하지 않으려 한다.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처럼 지지율과 상관없이 연금 개혁을 추진하려는 사람이 우리나라에 있을까? 윤석열 정부는 연금개혁을 노동개혁, 교육개혁과 함께 우리가 꼭 추진해야할 3대 개혁으로 내걸었으면서도 연금개혁 방안을 정권말에 내놓겠다고 했다. 사실상 다음 정권으로 떠넘기겠다는 것이다.
연금개혁은 그런 것이다. 다들 싫어하고 꺼려한다. 어떻게 해야 할까. 더 내는 연금개혁이 추진돼야 한다는 걸 다들 알고 있다. 국민연금이 고갈되지 않고 유지되려면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5% 정도로 높여야 한다고 한다. 박근혜 정부 때부터 논의돼 왔던 내용이다.
그렇게 할 수 있나. 윤석열 정부는 그걸 추진할 수 있나? 야당인 민주당이 그걸 하겠다고 나설 리는 만무하고.
국민연금이 고갈되도록 내버려 둘 수는 없다.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5%로 크게 높일 수도 없다. 그러면 절충점을 찾아야 한다. 현행 9%에서 10~12% 정도로 높이고 나머지는 국가재정을 투입해야 한다.
국민들이 국민연금을 신뢰하지 않는 것은 연금 지급을 국가가 책임진다는 명문 규정이 없어서다. 명문 규정이 없다고 국민연금이 고갈되는 걸 내버려 둘 것인가? 그럴 게 아니라면 보다 적극적으로 국가가 나서서 재정 투입으로 국민연금 지급을 보장해 국민들을 안심시켜야 한다.
아무도 제대로 하려고 하지 않는 국민연금 개혁, 절충점을 찾아라. 보험료를 적정 수준으로 높이고, 나머지는 국가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 공무원연금, 군인연금에도 매년 수조원의 국가 재정이 투입되고 있다. 장기적으로 공무원연금, 군인연금을 국민연금과 통합해야 한다. 소득대체율을 제대로 맞추고, 국민연금에도 국가 재정을 투입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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