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에 공장들이 하나둘씩 매물로 나와도 매매가 안 돼요. 심각한 상황입니다. 저금리 시절에 회사 덩치에 비해 시설자금 대출을 많이 받았던 업체들이 문제죠. 몇 년 전에 공장 살 때만 해도 금리가 2~3%였는데, 지금은 5~6%로 두배가 넘게 뛰었잖아요. 이자라도 낼 수 있으면 버티겠지만 그럴 형편이 안되다 보니 다시 임대로라도 들어가려고 공장을 내놓는 거예요. 그런데 팔려고 하면 뭐합니까. 이렇게 경기가 안 좋은 상황에서 살 사람이 어디 있나요." (31일, 시화공단 반도체 부품 제조 중소기업 운영자)
빠른 속도로 떨어지는 가계대출 금리와 다르게 기업대출 금리는 쉽사리 움직이지 않고 있다. 과거와 비교해 두 배 넘게 커진 이자 부담에 중소기업들은 비상이 걸렸다. 시화공단에 있는 한 은행 지점장은 "중소기업의 경우 대출액 자체가 수십억 원 단위라 금리가 2~3%포인트만 올라도 연간 이자 비용이 수천만 원씩 뛰어서 가계보다 금리에 굉장히 민감한 편"이라며 "주변의 은행 지점들에서 연체가 생기고 있단 이야기가 속속 들리기 시작한다"고 전했다.
3일 전국은행연합회 소비자 포털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6대 은행(KB·신한·하나·우리·농협·기업)의 기업대출 평균 금리는 5.34%로 집계됐다. 가계대출 평균 금리(4.92%)보다 0.42%포인트가 높은 수준이었다. 은행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전체 기업대출 금액 중 80~85%가 중소기업 몫이다.
기업 대출금리는 지난해 10월 레고랜드 사태 이후 회사채 시장이 불안해지며 급등했다. 9월까지만 해도 가계보다 낮았었다. 그런데 10월에 전달보다 단숨에 1.12%포인트가 오르더니 지금까지 계속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가계와 금리차도 작년 12월부터 커지는 추세를 보인다.
기업 대출금리는 왜 이렇게 뛴 걸까. 경기가 악화되며 은행들이 대출 회수 불가 리스크를 반영해 기업에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매기고 있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중소기업은 업종별로 상황이 천차만별이고, 경기가 안 좋아지면서 산업 전망이 나쁜 곳엔 은행 마진이 되는 가산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다"며 "반면 가계대출 금리는 주담대의 경우 확실한 담보가 있는 데다 당국에서 낮추라고 압박을 하면서 이 가산금리를 줄이는 형태로 금리를 떨어뜨리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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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 부담이 늘어나면서 중소기업의 채무상환 능력은 더 떨어지고 있다. 기업이 이자를 낼 수 있냐를 판단하는 지표인 이자보상배율(영업이익을 이자 비용으로 나눈 값)이 악화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중소기업 이자보상배율은 2021년 말 3.7배였다가 작년 3분기 2.9배로 떨어졌다. 영업이익 대비 이자 비용이 그만큼 늘어났단 의미다. 이 와중에 매출도 비상이다. 같은 기간 전년동기대비 매출액 증가율은 14.4%에서 10.4%로 미끄러졌다.
매출에 빨간불이 켜지고 이자는 오르다 보니 중소기업들도 대출받기를 꺼리고 있다. 전년동기대비 중소기업 대출 증가율도 작년 2분기 고점(16.2%)을 찍은 이후 금리가 크게 오르자 내리막을 탔다. 12월 기준으로 12.6%까지 주저앉았다.
인천에서 자동차 헤드라이트용 LED전구를 만드는 한 중소기업 대표는 "기업이 망가지면 고용이 불안정해져서 근로자들까지 돈을 못벌게 되고 이렇게 되면 기업이고 가계고 한꺼번에 연체 확률이 높아지는 것 아니냐"며 "금융당국이 나서서 개인대출 1%포인트 깎아주는 게 무슨 의미가 있냐. 대한민국 사람들이 다 근로자인데 기업대출 금리부터 지원해 주는 게 먼저"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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