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채용 힘든 韓·더 뽑겠다는 日…"생산인구 급감에 채용 확대"

내년 상반기 채용 규모 21.6% 확대
저출산 인력난…초봉 높이며 모시기 나서

우리나라 대기업 55%가 올해 상반기 신규채용 계획이 없다고 밝힌 반면, 생산가능인구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저 수준인 일본은 인력난으로 기업들이 채용 계획을 대폭 늘리는 상황에 봉착했다. 일손이 부족해진 상황에서 기업들은 초봉 인상 행렬에 돌입하며 젊은 인재 확보에 나서고 있다.


20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니케이)가 여론조사 기관 니케이리서치와 함께 주요 기업 5097곳에 내년도 채용 계획을 물은 조사에서 '내년 상반기 대졸 채용 계획이 있다'고 답한 기업은 올해 대비 21.6% 증가했다. 2000년 이후 경제 확장 시기였던 2006년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증가율이다. 채용 규모는 10만6271명이 될 예정이다.

취업박람회에 모인 일본 취업준비생들의 모습.(사진출처=ANN 뉴스)

취업박람회에 모인 일본 취업준비생들의 모습.(사진출처=ANN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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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케이는 이는 저출산으로 생산가능인구가 계속 줄어 인력 부족이 심화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일본 총무성에 따르면 15~64세에 해당하는 일본의 생산가능인구는 올해 2월 7400만명으로, 저출산과 고령화가 정점을 찍었던 1995년 대비 15% 감소한 수치다. 2050년에는 1995년 대비 39% 감소한 5275만명까지 줄어들 전망이다. 실제로 노동 인구 자체가 줄어들면서 이미 지방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폐업하는 곳은 늘어나고 있다. 경제산업성은 2025년까지 국내총생산(GDP) 손실액이 약 22조엔(281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특히 코로나19가 진정세로 접어들면서 팬데믹 당시 채용을 하지 않았던 비제조업의 인력난이 심화한 것으로 보인다. 비제조업의 경우 내년 상반기 채용 규모는 올해보다 23.5% 증가할 예정이다. 대표적으로는 전일본공수(ANA)가 기존 채용 규모 대비 2.1배를 늘리겠다고 답변했다. ANA 관계자는 “회복된 항공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인재 확보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라고 니케이에 전했다. 외식업계의 경우에도 규동, 초밥 체인 등을 운영하는 외식 대기업 젠쇼그룹이 출점 가속화 등을 이유로 내년 상반기 올해보다 채용 인원을 86.5% 늘릴 계획이다.


제조업의 경우에는 디지털 전환, 반도체, 탈 탄소 분야에서 인재를 모집할 예정이다. 후지필름홀딩스는 올해보다 17.5% 증가한 820명을 내년 상반기에 채용할 계획으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발맞출 인재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도시바는 전기자동차 등에 사용할 반도체 분야의 채용 인원을 확대할 예정이다.

경력 채용이 드물고 신입 채용이 주를 이루는 일본의 특성상 젊은 인재를 모시기 위한 기업 경쟁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여기에 일본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특성도 기업의 변화를 더욱 촉진시켰다. 기업은 인력난에 봉착했지만, 반대로 구직자 입장에서는 자신에게 맞는 조건을 고르고 입사할 기업을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대학 재학 중에 구직활동을 하고 졸업 후 입사를 약속하는 ‘내정’의 과정을 거치는데, 최근 채용 계획 인원 대비 내정 비율은 88.9%에 그쳤다고 니케이는 전했다. 조사에 응답한 기업 35.1%는 올해 상반기 채용 계획 인원을 달성하지 못해 추가 모집에 나섰다고도 밝혔다.


최근에는 2030 회사원 사이에서는 처우 등을 이유로 이직이 활발해지는 경향도 생겨났다. 이에 기업들은 유인을 위해 대거 초봉 인상에 나설 예정이다. 니케이 여론조사에 참여한 기업의 70% 이상이 초봉을 올릴 계획이라고 답변했다.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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