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연포탕'에 빠진 세 가지

전당대회 주자들 간 화합 실패
친윤 일색 지도부 쓴소리 할 사람 없어
성별 안배도 아쉬운 측면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연대·포용·탕평(연포탕)'을 내걸고 취임 직후 관련 행보를 이어오고 있지만, 아직 공회전만 거듭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대표 경선에서 함께 경쟁했던 후보들과 '원팀' 결성에 실패하고 집권 여당으로서 정책적 역량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취임 초기인 만큼 남은 당 지도부 인선에서 김 대표가 어떤 선택을 할지에 따라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①안철수·천하람·황교안 만남 모두 빈손= 지난 13일 김 대표는 당대표 경선에서 맞붙었던 안철수 의원을 만나 내년 총선을 위해 힘을 합치자며 한목소리를 냈다. 외관상 화기애애한 자리처럼 보였지만 안 의원은 김 대표에게 내년 총선에서 수도권 승리가 중요한데 "지금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라고 뼈있는 한마디를 했다. 역할 분담 제안도 거절했다. 김 대표가 과학기술 분야 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달라고 제안했지만 안 대표는 "숙고의 시간을 보내고 싶다"고 고사했다.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와 만남도 빈손으로 끝났다. 경선 과정에서 김 대표의 '울산 땅 투기' 의혹을 집요하게 제기했던 황 전 대표였던 만큼 양측의 관계 회복은 난제였다. 황 전 대표는 김 대표와 만남 후에도 '대여투쟁'을 병립하겠다고 밝혔고, 전당대회 선거 개표 조작에 대해선 "검증이 끝나면 자세한 말씀을 드리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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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람 전남 순천갑 당협위원장과의 회동은 불발됐다. 김 대표가 만남을 추진했음에도 불구 천 위원장은 아직은 때가 아니라며 거절했다. 천 위원장은 16일 KBS 광주 라디오 인터뷰에서 "어떤 울림이 없는 만남은 사실은 별 의미가 없다"면서 "김 대표는 연대, 포용을 강조하고 있는데 김재원, 조수진, 장예찬 최고위원 같은 분들은 저를 영구추방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계신다. 포용과 영구 추방은 굉장히 상극 같은 모순되는 이야기"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교통정리와 진정성의 문제다. 그것이 해결되고 나서 만나는 것이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②친윤 일색 지도부, 쓴소리는 누가= 친윤으로만 채워진 지도부는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에 사실상 견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주 69시간 근무'가 대표적이다. 이 정책은 지난해 12월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 체제에서 고위당정협의회를 열어 임금과 근로시간제도 개선 과제를 마련하기로 논의한 사안이다. 당시 당정은 현행 주당 52시간으로 제한된 법정 근로시간을 최대 69시간까지 허용하고, 직무·성과 중심의 임금체계로 개편하기로 합의했다.

여론이 악화하기 전까지 여당 내부에서 누구 하나 나서서 주 69시간 근무 제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MZ세대가 좋아할 일이라고까지 치켜세웠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지난 8일 MBC라디오 인터뷰에서 "제가 볼 때 2030과 관련된 청년층 같은 경우도 다들 좋아한다"면서 "선진국에서 이미 시행을 많이 하고 있는 제도"라고 말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주호영 원내대표가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입장하고 있다. 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주호영 원내대표가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입장하고 있다. 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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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지도부가 친윤 일색으로 진용을 갖추면서 앞으로도 국민 여론을 제대로 전달할 수 있느냐는 과제로 남았다. 사실상 '관리형 지도부'로 전락했다는 우려도 나온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전날 SBS라디오 인터뷰에서 "김기현 대표가 당정일체 당정일체 해서 당정일체가 됐는데 당직 인선에 있어서 어떻게 보면 혼연일체"라며 "당이 대통령을 강력하게 뒷받침하기 위해서 이런 의지를 드러낸 게 아니냐 이렇게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③여성 목소리 대변 가능할까= 선출직 지도부로 여성으로서는 조수진 최고위원만 이름을 올렸다. 지명직 최고위원 등 여러 방안을 통해 보완할 수도 있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서은숙 부산시당위원장과 임선숙 변호사를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임명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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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명직 최고위원으로 임명한 강대식 의원이 유승민계를 떠안는 모양새의 구색 맞추기였다면 다른 지명직 당직을 활용해 다양성을 추구할 수도 있었다. 13일 의결된 주요 당직자 10명 중 여성은 2명(배현진 조직부총장·김예령 대변인)뿐이었다. 지난 전당대회에서 선거인단 성별 비율은 남성 59.39%, 여성 40.61%였다. 첫 최고위 회의에서 재선에 성공한 조수진 최고위원은 3·8 세계 여성의 날을 언급하며 "대한민국 여성이 행복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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