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韓 중간재 필요치 않게 변화…리오프닝 효과 기대보다 낮을 것"

[중국 리오프닝 영향과 전망]전문가 인터뷰
한재현 한국은행 상하이 선임주재원
대중 수출 9개월 연속 마이너스
소비재·서비스 분야서 먹거리 찾아야
의료·양로·반려동물 시장 급성장
中 관광객 여행 스타일 변화 주목해야

편집자주글로벌 경제 둔화 우려 속에 중국 리오프닝이 세계 경기 반등의 큰 변수로 자리잡았다. 경제 정상화를 내건 중국이 질적 성장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일각에선 경제 효과를 과신할 수 없다고 보지만, 중국 소비 증대에 따른 경제 순환이 글로벌 경제에 긍정적인 요인이 될 것이란 예상도 적지 않다. 중국 리오프닝으로 우리 경제가 누릴 수혜는 반도체, 항공, 유통 등 업종별로 엇갈릴 전망이다. 다만 미·중 간 갈등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 내 중국 배제 움직임이 리오프닝에 따른 경제 효과를 제한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한국의 대중 수출 70% 이상이 중간재인데 중국의 기술 발전에 따라 자급률이 올라가면서 더 이상 우리가 공급하는 중간재가 필요하지 않은 상황으로 변화하고 있다.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에 따른 중국경기 회복도 여행·숙박·식당 등 서비스 소비를 중심으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재현 한국은행 상하이 선임주재원은 이달 초 서울 태평로 한은 본관에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를 갖고 중국 리오프닝에 따른 국내 성장 제고효과가 기대만큼 크지 않을 수 있다며 이같이 진단했다. 중국 정부가 지난 5일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로 시장 예상치보다 낮은 '5% 안팎'으로 제시하면서 중국 리오프닝의 효과가 과거 평균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중국 성장에 대한 눈높이가 낮아지면서 대중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 타격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2월 대중국 수출은 98억8000만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9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가면서 비상등이 켜졌다. 한 주재원은 "대중 수출이 과거와 같지 않은 것은 중국경기 부진 이외에 자급률 상승 등 중국 산업의 구조 전환이 요인"이라며 "현재는 기술의 우위가 국제정치의 패권을 좌우하는 기정학(techno-politics)의 시대인 만큼 하이테크 기술 개발에 적극 나서고, 중국의 최종 소비재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노력을 병행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재현 한국은행 상하이 선임주재원. 사진=허영한 기자 younghan@

한재현 한국은행 상하이 선임주재원. 사진=허영한 기자 young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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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위드 코로나' 원년인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목표를 지난해(5.5% 내외)보다 낮은 '5% 안팎'으로 제시했다.

▲지난해 중국의 성장률이 3%로 기저효과를 감안한다면 올해는 성장률 목표를 초과 달성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점에서 시장 예상보다 낮은 성장률을 제시한 것은 정치적으로 유리한 측면이 있다. 또 중국 경제(GDP) 규모는 미국의 77% 수준에 달할 정도로 성장했다. 과거와 같은 고성장을 지속하기 어려울 정도로 경제규모가 커졌다. 리창 신임 중국 총리가 지난 13일 새 집행부의 3대 목표로 국민 삶의 질 향상, 고품질 발전, 개혁개방 심화를 제시했는데 이제 중국 정부의 정책기조가 양적 성장에서 질적 발전으로 변화하고 있으며, 성장 못지않게 분배도 중시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중국 기술력이 향상되면서 우리나라 중간재 수출이 크게 위축됐다. 한국산 중간재와 최종재의 중국 수입시장 내에서 경쟁력이 하락하면서 대중 수출 부진이 이어지고 있는데.

▲대중 수출이 지난해 6월부터 올해 2월까지 9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등 대중 수출이 과거와 같지 않은 상황이다. 한국의 대중 수출 비중은 2021년 25.3%에서 지난해 22.8%로 하락했다. 생산기지로서 중국의 역할이 축소되고, 동남아 등지로 생산기지가 변화하면서세계의 공장 역할을 해온 중국의 역할 변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중국에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하이테크 기술 개발 등 경쟁력 제고를 위한 고민과 노력이 필요하다. 현재는 기술의 우위가 국제정치의 패권을 좌우하는 기정학(techno-politics)의 시대다. 중국을 상대로 성장을 이어가려면 중간재에만 의존해서는 안 되고 최종 소비재, 서비스 등 다양한 먹거리를 찾아야 한다. 특히 중국에서 급성장하는 의료, 양로, 반려동물, 독신경제 등의 분야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수출 경쟁력 강화를 위해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오지만 대안이 쉽지 않다.

▲당분간은 중국에 의존도 높은 상황이 지속될 것이다. 세계의 공장이 여전히 중국에 있는 한 우리 기업의 대중국 중간재 공급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다만 서서히 점진적으로 비중을 축소해 나갈 필요는 있다. 대만의 경우 1년에 약 2%포인트씩 중국 공장 비중을 축소 중이다. 2018년에는 해외 생산기지의 89.5%가 중국에 위치했지만, 2021년에는 82.2%로 그 비중을 줄여나갔다.

-미·중 갈등이 지속되면서 한국의 전략적 선택이 중요해졌다. 두 국가 간 균형을 어떻게 맞춰야 할까.

▲미국의 기술과 중국의 시장이 모두 필요한 한국 입장서는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우리 수출의 1/3을 차지하는 반도체 수출에서 홍콩을 포함한 중국의 비중이 55.3%라는 점은 이를 방증한다. 반도체 시장으로서 중국의 중요성은 무시 못할 수준이다. 미국의 대중 견제가 계속된다면 커다란 중국 시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슬기롭게 양쪽을 잘 타야 하는 중차대한 시기, 최대한 협상을 통해 시간을 끌면서 우리의 기술수준을 높여가야 한다. 중국과는 반도체, 전기차,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안별로 협력할 수 있다. 중국의 AI나 전기차, 인공위성 등의 분야는 기술 수준이 상당히 올라와 있다. 한 예로 미국 보잉과 유럽 에어버스가 양분하던 항공기 시장에 중국이 끼어들었다. 중국이 항공기 분야도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제3시장에 뛰어들 가능성이 높다. 반도체의 경우 중국이 한국·대만·미국·네덜란드보다 기술력이 떨어지지만, 중저가 기술의 반도체는 굉장히 많이 수출한다. 미국의 기술제약은 당분간 중국 경제 성장에 큰 저해요인이 될 것이고, 시간이 걸리겠지만 중국이 자체 개발에 노력해서 성공한다면 이후에는 우리에게 더 큰 위협요인이 될 것이다. 결국 우리 반도체는 중국과 더 기술격차를 벌려야 하고, 만약 그렇지 못한다면 대중 수출은 더욱 어려울 수 있다.


한재현 한국은행 상하이 선임주재원. 사진=허영한 기자 younghan@

한재현 한국은행 상하이 선임주재원. 사진=허영한 기자 young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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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미·중 갈등은 과거 일본의 사례를 떠올리게 한다. 중국은 일본의 전철을 밟지 않을 것이란 시각이 있는데.

▲일본과 근본적으로 다른 이유는 일본이 안보를 미국에 의지했던 데 반해 중국은 그렇지 않다는 점이다. 따라서 미국으로서는 중국이 일본보다 훨씬 버거운 상대일 것이다. 중국으로서도 굉장히 중요한 변곡점에 와있다. 적어도 한동안은 미국의 반도체 등 대중 기술 제한 또는 통제가 중국 경제에 충격을 줄 것이 확실시된다. 미·중 갈등은 상당히 오랫동안 지속될 것이며, 패권 경쟁도 장기화할 것이다. 경제력·군사력 등에서 중국은 아직 미국에 크게 뒤지는 것이 사실이나 중국은 와신상담(臥薪嘗膽)의 국가다. 상당히 장기간 참을 수 있으며, 기본적인 자급자족으로 버틸 수 있는 국가다.


-중국 리오프닝으로 수요가 확대되고 유가 등 원자재 가격과 중국 내 물가상승 압력이 높아지면서 국내 물가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의 경기 회복과 관련해 가장 큰 우려는 중국 수요 확대에 따른 유가와 원자재 가격 급등, 이에 따른 글로벌 인플레이션 문제다. 글로벌 물가가 조금씩 안정화돼 가는 조짐이 보이고 있지만 중국의 리오프닝이 물가를 자극하는 큰 위협 요인이 될 우려가 있다.


-중국 관광객 유입이 국내 서비스업 업황 개선에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서비스업 경쟁력 제고를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2016년 중국인 관광객은 807만명으로 전체 관광객의 절반(47%)을 차지할 정도였다. 하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지난해 중국인 관광객은 23만명으로 전체 관광객의 7%에 불과했다. 과거 중국인 관광객이 소위 깃발 단체여행을 했다면, 이제는 개별여행이 많다. 영국 런던을 가면 뮤지컬을 관람하듯이 우리나라도 하드웨어 측면보다는 소프트웨어 측면의 매력을 키워야 한다. 한번 왔던 관광객이 계속 오고 싶도록 다양한 문화상품과 테마별 여행을 계발해야 한다.


-중국이 올해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기간 대만 수복과 관련해 무력 사용보다 교류에 더 방점을 찍었다. 우크라이나 다음 차례는 대만이라는 우려를 의식한 것인가.

▲대만해협의 긴장이 고조되면서 일각에서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집권 중 대만을 침공할 것이란 우려를 내놓고 있지만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중국의 대만 침공은 실익이 없다. 중국은 대만의 반도체 없이 핵심 산업을 발전시킬 수 없다. 대만과 척지는 것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하는 중국의 산업이 풍비박산 난다는 얘기다. 대만이 우크라이나와 다른 이유는 반도체 방패를 가졌다는 점이다. 중국과 미국이 가장 원하는 것은 현 상태 유지다. 세계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업체 TSMC를 비롯해 스마트폰 칩셋 등을 공급하는 주요 기업이 대만에 포진해 있다. 대만의 반도체 지배력이 강해진 만큼 반도체가 방패가 돼줄 것이란 주장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생각한다.


-중국 역시 고령화 등 인구구조 변화가 중장기 성장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해는 중국이 1961년 이후 60여년 만에 처음으로 인구가 감소한 해이다. 인구보너스(demographic bonus)가 소멸하고 인구오너스(demographic onus) 시대로의 전환이다. 생산가능 인구가 증가하면 노동력과 소비가 늘고 경제성장 촉진 선순환이 이뤄지는데 거꾸로 생산가능 인구가 감소하면 노동 비용이 상승하고, 수요가 줄고 경제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 중국은 2016년 한 자녀 정책을 취소하고 2자녀를 허용했다가 2021년부터는 3자녀 정책을 도입했다. 최근에는 정년 연장정책을 활발히 논의 중이다. 인구구조 문제는 장기적으로는 중국 경제의 성장을 제약할 핵심 요인이다.





서소정 기자 s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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