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만명 잘랐다" 美감원 금융위기 이후 최대

올해 미국 기업들의 감원 규모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치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깊은 경기 침체가 닥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면서 빅테크에서 시작된 감원 태풍이 금융, 미디어 등 전 업종으로 번지고 있어서다.


9일(현지시간) 미 인력관리 전문 기업 챌린저 그레인 앤 크리스마스(CG&C)의 보고서에 따르면 1~2월 미 기업들의 정리해고 규모는 약 18만명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이후 최대치로 치솟았다. 전체 해고 인원의 3분의 1 이상은 빅테크 등 기술 기업에 집중됐다.

2월에는 1년 전(1만5245명)의 5배가 넘는 총 7만7770명의 대량 해고가 한꺼번에 이뤄졌다. 앤드류 챌린저 CG&C 부사장은 "현재는 기술 부문에서 압도적인 감원이 일어나고 있다"며 "소비 지출이 경제 환경을 따라가면서 소매, 금융 업종에도 감원이 번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구글 알파벳·메타 등 빅테크와 페이팔을 비롯해 스트라이프·어펌·업스타트 등 핀테크 기업들은 불확실한 경제 전망 속에서 비용 절감과 수익 방어를 위해 올해 수천명의 일자리를 줄였다. 지난해 말 1만1000명을 자른 메타는 이번 주 수천명 규모의 추가 감원에 착수했다.


MS는 1월 기술 부문 인력을 중심으로 1만명을 감원한다고 발표했고, 아마존은 앞서 발표한 감원 규모 1만명에서 배 가까이 늘어난 1만8000명 이상의 직원을 해고했다. 트위터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인수한 뒤 강도 높은 비용 절감 조치로 전체 인력의 80% 이상을 해고했다. 미 간편결제 서비스 업체 페이팔도 전 세계 인력의 7%에 해당하는 2000명가량을 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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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원은 고금리에 따른 자금 경색 등으로 경기 침체 징후가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는 가운데 선제적으로 이뤄진 것이다. 감원 한파는 미 노동부 통계에서도 드러난다. 미 노동부는 지난주(2월 26일∼3월 4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전주보다 2만1000건 증가한 21만1000건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해 크리스마스 이후 10주 만에 최고치로, 월가 전망치(19만5000건)도 크게 상회했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최근 의회 청문회에서 "노동시장은 여전히 극도로 타이트하다"면서 3월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 가능성을 포함해 종전 예상보다 금리를 더 올릴 수 있음을 시사했다. Fed가 주시하는 미국의 2월 고용상황 보고서는 10일 공개된다. 월가에서는 지난달 일자리가 20만개 이상 증가했을 것으로 예상한다. 전문가들은 파월 의장의 매파 발언이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한다면서 감원 태풍이 더 확대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감원은 향후 경기 전망을 어둡게 하면서 증시 하락장을 부추기고 있다. 알파벳과 MS, 아마존, 메타 등 주요 빅테크들은 지난해 주가가 29~64% 폭락한 후 올해 들어 6~52% 상승했지만, 이 같은 상승세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장담할 수 없다. 얼라이언스 번스타인의 제임스 티어니 최고투자책임자(CIO)는 "기업들의 정리해고는 투자자들에게 환영받는 이슈는 아니다"라며 주가 하락을 예고했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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